금융지주사가 회장을 임원후보선출 위원회에서 배제하는 자구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들이 회장 제외 결정을 내린 가운데 신한금융과 BNK금융도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인규 DGB금융 회장이 최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배구조 내부규범도 개정해 지주 회장 겸 은행장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위원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사외이사, 감사위원 후보 추천 등을 맡는다.
금융지주사들이 주요 임원 추천 과정에 회장의 관여를 배제하기로 하면서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신한금융이, 지방 금융지주 중에서는 BNK금융이 각종 임원 후보 추천 위원회에 회장이 참여하는 구조가 남게 됐다.
신한금융 21일 이사회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회의를 열고 사외이사후보 추천에 ‘다양성’ 원칙을 비롯한 다섯가지 기준을 추가 보완했다. 사외이사 및 차기 회장 후보 추천 논의에서 현직 회장을 배제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다.
KB금융그룹은 8일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의 사추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위원 배제 등의 내용을 담은 규정 정비안을 결의했다. 다만 현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하는 규정 개정은 정관 변경이 필요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실시할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사추위와 회추위에서 빠진다. 2일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 및 사추위를 열고 사추위원에서 김 회장을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해 의결했다.
지방 금융지주사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BNK금융은 8일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과 관련해 회장은 위원회 구성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김지완 BNK금융회장은 임추위 위원으로는 참여해 사추위, 감추위 등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BNK관계자는 “나머지 위원회에서의 회장 배제 여부는 당국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향후 주총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JB금융은 올해 1월 임추위 회의를 열어 현직 회장 배제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회추위와 사추위에서 현직 회장이 빠질 예정이다. 다음 달 정기주총 안건으로 정식 상정한 이후 주총 결의를 통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이 주요 임원 후보를 선출하는 위원회에 회장을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셀프 연임’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상시감시팀 신설 등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