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박상희 회장 “대기업 입김에 놀아나…다시 추대해도 내가 안 해”

입력 2018-02-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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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에 추대됐다가 선임이 무산된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은 “다시 나를 회장으로 추대해도 이제 내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상희 회장은 22일 경총 정기총회 이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총 회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 놓고 무산시키는) 이런 경우가 다 있냐”며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 선임이 무산된 후 경총은 “향후 박 회장도 후보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1일 사상 처음으로 중소기업인 출신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이 경총 회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박 회장 스스로도 언론에 “진정한 노·사·정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회원사 간 의견이 엇갈리며 결국 박 회장 선임이 무산됐다.

이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회장 선임은 총회 전형위원회를 통해서만 이뤄지며, 내정이라는 절차 자체가 공식적으론 없다”며 “다만 회장단 일부가 참석한 모임에서 몇몇이 박상희 회장을 추천했고, 박 회장도 언론을 통해 이를 인정하면서 차기 회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내정 사실을 바로잡지 않은 것에 대해선 “박 회장에 대한 추천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고, 회장 선임은 전형위원회를 통해 확정된다는 사실도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런 경총의 해명에 대해 “19일 열린 회장단 회의는 임시회의가 아니라 식순과 회의 자료록도 모두 있는 공식적인 회의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형위원회 6명 중 5명이 대기업 관계자다. 경총과 대기업의 횡포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회장 얘기대로 재계와 경총 안팎에서는 중소기업 출신 회장 후보자 선임을 대기업 회원사들이 막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 경총 회원사들은 현 박병원 회장의 연임을 강력하게 희망했다. 차선으로 CJ 손경식 회장도 후보로 거론됐다고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경총으로서는 회원 탈퇴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일부 대기업 회원사들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 일부에선 재선임되지 못한 김영배 상임부회장이 박상희 회장을 내세웠고, 이에 회원사가 반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해 청와대와 여권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번 2년 임기가 끝나면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출신이자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을 내세워 임기를 이어가려고 했다는 얘기다. 박상희 회장 역시 “현대차가 김영배 부회장을 불신한 것으로 아는데, 나와 김 부회장이 러닝메이트로 함께 갈 것으로 보고 반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경총이 경영계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박 회장 추대가 자칫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고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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