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가 독일 다임러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지리자동차가 영국 스포츠카 로터스, 스웨덴 볼보에 이어 독일 3대 명차 중 하나인 다임러에까지 손을 뻗치며 포식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다임러의 지분 9.69%를 90억 달러(약 9조7065억 원)에 인수하며 쿠웨이트 국부펀드를 제치고 다임러의 1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다임러는 “리 수푸 회장을 주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리 회장은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진 동시에 지식이 풍부한 기업가”라고 설명했다. 또 “다임러는 중국에서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며 “지리 자동차는 현지 시장에서 강력한 파트너”라고 밝혔다.
지리자동차는 2010년 볼보를 15억 달러에 인수한 뒤 2015년부터 볼보를 앞세워 미국 공장에서 지리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작년 5월에는 영국 로터스의 지분 51%를 사들여 주목을 받았다. 이후 7월에는 미국에서 플라잉카를 제조하는 기업 ‘테라푸지아’까지 집어삼키며 글로벌 차 업체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리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 작년에만 백만 대 이상의 차를 팔았다. 중국 토종 업체 중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다임러는 작년에 전 세계에서 230만 대의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이 중 중국에서 발생한 매출이 25%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는 중국 내 친환경 차 유통망을 늘리려는 다임러에게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뒤스부르크 - 에센 대학에서 자동차 연구 센터를 운영하는 페르디난드 두덴호퍼 교수는 “독일에서 많은 사람이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며 “그러나 중국과의 투자 협력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리자동차가 다임러에게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리 회장과 지리자동차, 다임러는 힘을 합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에서 개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