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3월 주총] 날짜 바꾸고, ‘우호지분’ 거래…‘주총대란’ 현실로

입력 2018-02-27 11:00 수정 2018-02-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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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주총 일자 변경에 고심…의결권 확보 위해 대행업체 용역까지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폐지되면서 올해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총 날짜를 변경해 소액주주의 참여율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일부 상장사들은 대행업체를 통해 소액주주를 모집, 사실상 의결권을 돈으로 사려는 움직임도 보여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당초 섀도보팅은 2015년 1월 폐지될 예정이었다. 일부 경영진과 대주주들이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것. 하지만, 주총이 무산될 것을 우려한 상장사들의 반발로 3년간 일몰시한이 유예됐다. 결국 지난해 말 폐지가 결정됐지만,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올해 2월까지도 임시국회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상장사… ‘115곳’ =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소액주주 지분율이 75% 이상인 12월 결산법인 115곳이 주총 안건 결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상장사들은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주총 결의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총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총 발행주식 4분의 1 이상, 지분율 25%가 참석해야 하는데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없어지면서 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워졌다. 특히 감사선임을 앞둔 기업들은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 때문에 주총을 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상장사를 중심으로 소액주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주총 일정을 바꾸는 등 여러 대응책이 나오고 있다. 12월 결산법인은 3월 초나 4월 초로 주총 날짜를 바꿔 참여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총이 몰리는 3월 말을 피하겠다는 의도다. 일례로 녹십자는 이달 20일 마감한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의 자율분산 프로그램에 참여, 주총 집중일을 피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소액주주 모집 대행업체’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하느니, 돈을 들여서라도 대행업체를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대행사를 이용할 경우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비용 지출과 상관없이 안건이 부결될 수 있어 상장사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올해 감사선임을 해야 하는 상장사를 중심으로 대행업체를 알아보는 곳이 많다”면서 “3월이 가까워지면서 의뢰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로선 전자투표제 도입이 가장 실질적인 대책으로 언급된다. 금융당국이 자율분산제도나 전자투표 등을 통해 소액주주 참여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상장사들도 전자투표 도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소요되고,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전자투표제 참여율은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전자투표제 의무 도입을 권고하고 있지만, 참여율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상장사들도 전자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최근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대응 마련 고심… 정치권도 갑론을박 = 섀도보팅은 애당초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다. 이전까지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소액주주가 많은 경우 섀도보팅을 통해 의결권 대리 행사가 가능했다.

이 때문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도입 전 문제들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지배구조 요건 미달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관리종목지정 및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한국거래소는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주총 불성립으로 인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요건 미달 등의 경우에 대비해 적용특례를 마련했다. 기존의 관리종목지정 원칙을 유지하되, 주총 성립에 충분히 노력했음을 입증한 경우 예외를 인정한다. 입증 여부는 전자투표제 도입을 비롯해 주주에 대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기관투자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 요청 등이다. 또 상장폐지 사유가 주주총회 정족수 미달로 발생한 경우에는 상장폐지 사유에서 제외한다. 상장폐지의 위중함을 감안할 때 주총 불성립에 대한 조치 사유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섀도보팅 폐지 대응을 위한 전용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을 돌면서 주총 지원 설명회를 열고 있다.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에 주총 결의 요건과 관련한 상법 개정안 2개를 상정키로 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상장사의 발행주식 총수 20%가 참석하면 주총이 성립되고, 출석 주식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보통결의안을 통과시키도록 발의했다. 이 경우 최소 10%의 지분만 확보하면 결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행 25%보다 기업의 부담이 줄어든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출석 주식수 과반수 이상으로만 결의 요건을 정하자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발행주식 총수 대비 비율을 따지지 않고 참석 주식수로만 결의 요건을 정하자는 것이다.

이번 논의는 이달 27일로 예정된 임시국회의 마지막 법사위 전체회의와 28일 본회의를 통과해야 3월 주총 시즌 전에 완화된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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