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100% 정답인 정책 없어… ‘최저임금 안착·사회보험 가입’ 현장 혼란 줄이는 데 최선”

입력 2018-02-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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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만난 심 경우 이사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100% 정답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보험료 가입률이 낮은 영세사업자·근로자들을 사회안전망에 포함시키는 두 가지를 시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장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만난 심 경우 이사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100% 정답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보험료 가입률이 낮은 영세사업자·근로자들을 사회안전망에 포함시키는 두 가지를 시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장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첫 단추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이다. 정부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3조 원 규모 일자리 안정자금을 편성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월평균보수액 190만 원 미만 근로자에게 매달 13만 원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집행하는 기관은 근로복지공단이다.

근로복지공단은 1995년 산재보험사업 수행을 시작해 산재·고용보험과 산재의료·근로자지원 서비스를 담당해 온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이번 정부는 산재 근로자, 특히 어려운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정부의 근로자 복지 강화에 맞춰 올해부터 출퇴근 재해보상 범위 확대, 상시 근로자 1인 미만 사업장 산재보험 적용 등 과거보다 역할과 중요성이 부쩍 커졌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면서 든든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며 “올해 역할이 커진 만큼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수혜자 규모를 236만 명으로 추산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일자리 안정자금 접수를 시작한 지난달 2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신청자는 76만3600명으로 32% 수준이다. 1월 말 신청자수는 8만573명으로 전체 3.4%에 불과했지만 이달 들어서 꾸준히 신청자가 늘어가는 추세다.

이에 대해 심 이사장은 “몸이 안 아플 때는 보험 들 생각을 안 하지만 몸이 아프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자나 근로자들이 사회안전망인 사회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나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00% 정답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보험료 가입률이 낮은 영세사업자와 근로자들을 사회안전망에 포함시키는 두 가지를 시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장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을 시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지원 대상을 근로자 30인 미만 고용 사업장과 월평균 보수 190만 원 미만 근로자로 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2018년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 효과가 본격화되기 전에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대책의 일환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사업을 시행하게 됐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83.2%가 30인 미만의 기업에 고용돼 있어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 또 월 보수 190만 원은 월 최저임금의 약 12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는 최저임금의 영향권에 있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수준 등을 감안해 결정한 금액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신청은 언제,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하는가

“1년 내내 신청을 받는다. 그리고 1년에 한 번만 신청하면 매 월 자동 지급된다. 접수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집이나 직장 근처에 편리한 장소에서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으로도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동사무소, 주민 센터까지 다양한 접수채널을 마련했다. 온라인 신청은 4대 사회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및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일자리 안정자금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최대한 신청 절차나 방법을 간소화해서 시행을 하고 있지만 또 바쁘게 사업하시는 분들이 조금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무료로 대행해주는 ‘보험사무대행기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보험 사무대행 기간은 근로복지공단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부담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은 거 같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신규가입 촉진을 위해 사업주 및 노동자의 보험료 부담 경감 방안도 시행된다. 먼저 새롭게 사회보험에 가입하면 ‘두루누리 지원사업’이라고 해서 상시노동자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다. 올해는 두루누리사업의 지원을 대폭 확대하게 된다. 지원대상을 당초 140만 원 미만에서 190만 원 미만 근로자로 확대하고, 보험료 지원수준도 신규가입자 보험료의 60%에서 90%로 인상된다. 그리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대상이면서 신규 직장가입자에 대해 사업주·노동자 부담분 건강보험 보험료 50%를 경감해 주는 제도를 새롭게 마련했다.”

-올해 근로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출퇴근 재해 보상 확대다. 그 주요내용은 무엇인가

“이전에는 통근버스 등 회사에서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경우만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올해부터는 통상의 출퇴근 재해까지 보상범위가 확대된다. 통상적인 경로란 최단거리 또는 최단시간 경로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이용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로로서 교통사고, 공사 등의 사정으로 우회하는 경로를 포함하며 그 방법은 대중교통, 자가용, 오토바이, 도보 등으로 출퇴근 하는 경우를 말한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는 중의 사고’ 까지 보상범위가 확대된다고 했는데 통상적인 경로에서 벗어나게 되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인가

“원칙적으로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에서 일탈 또는 중단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출퇴근 중 재해로 보지 않지만, 그 일탈이나 중단의 사유가 식료품 구입, 교육이나 훈련, 병원진료, 아동의 위탁 및 등하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출퇴근 중 재해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퇴근길 대형마트에서 식료품을 구입하고 귀가 중 발생한 재해, 출근길 자기계발을 위해 영어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출근하던 중 발생한 재해는 인정받았다. 하지만 출근길에 학교에 늦은 대학생 자녀를 전철역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발생한 재해, 퇴근길에 피부과에 들어 미용목적으로 보톡스를 맞고 귀가 중 발생한 재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월 9일 확대된 이후 출퇴근 재해를 처음으로 인정받은 근로자가 나왔다. 현재까지 신청건수와 승인건수는 어느 정도 되나

“26일 기준 출퇴근재해 사고로 산재신청을 한 건수는 945건이다. 이중 승인된 건수는 588건이며, 357건은 검토 중에 있다. 올해가 출퇴근재해 보상도입의 첫해이므로 출퇴근 중 사고를 당한 근로자가 빠짐없이 산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겠다.”

-보상범위의 확대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재보험료율 인상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기존의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출퇴근 재해에 추가로 통상의 출퇴근재해까지 보상범위가 확대되면서 사업주의 보험료도 조금 증가했다. 2018년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재해에 관한 산재보험료율은 전업종 0.15%로 동일하다. 예를 들어 근로자 보수 100만원당 1500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반면에 근로자들이 이제 출근부터 퇴근까지 산업재해로 보상을 받게 돼 안정된 근무환경 속에서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업무능률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에 근로자나 사업주가 개인 비용으로 치료하던 것을 산재가 흡수함으로써 근로자와 사업주에게도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대규모의 신규인력채용이나 조직 개편도 필요해 보인다

“두 가지 큰 사업을 시행하는 데 많은 담당 인력이 필요하고, 또 책임 맡은 조직도 갖춰야 된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에 1153명을 신규 채용했다. 지금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이 돼 이 두 가지 사업을 비롯해서 기존의 사업들과 같이 추진을 하고 있다. 일이 앞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해서 올해 상반기에 300명 정도를 추가로 채용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신규채용은 서류전형부터 필기시험, 면접시험까지 전 과정에서 블라인드 채용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표준 입사지원서 양식을 전면 개정해 사진미부착, 성별, 생년월일, 학력사항 등 편견요소를 완전히 삭제하는 블라인드 채용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성을 강화시켰다.”

-노사 간 협력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 등 올해 중점추진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 먼저 노사가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는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이라든지 업무 부담, 직원들 간의 갈등 이런 부분들이 많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예상을 해서 노동조합과 항상 긴밀하게 협조를 하고 있다. 작년 연말에 노동조합과 이런 신규 사업 추진과 조직 화합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도 같이 발표를 해 노사 간 청년고용 및 일자리 최우선의 정부정책에 적극 부응해 좋은 일자리 창출 선도기관으로서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심 경우 이사장은...

심경우 이사장은 서라벌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오하이오(OHIO)주립대 노동인적자원관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 국제협력관,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임기는 오는 2019년 11월 2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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