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인사이드]두산그룹, 소시어스·웰투시에 두산엔진 넘긴 이유는?

입력 2018-02-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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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매각가에도 불구하고 두산엔진 매각을 진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소시어스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오랜 신뢰는 물론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 컸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엔진 매각가로 5000억 원 안팎을 원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9152억 원에 달하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재 차입금 의존도는 40%를 넘어선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매각에서 두산그룹이 보유한 두산엔진 지분 42.66% 매각가는 3500억 원 안팎에서 형성됐다. 순차입금을 포함한 기업가치(EV) 기준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8배 수준이다. 기대엔 못 미치는 가격이지만 최근 두산엔진의 수주실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을 고려하면 적정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평이 나온다.

두산엔진의 지난해 EBITDA를 약 400억 원으로 예상할 경우 두산중공업은 800억~900억 원 수준을 매각대금으로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엔진이 안고 있던 차입금 중 약 1500억 원 이상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 두산엔진에서 인적분할을 통해 중공업으로 넘어갈 두산밥캣, 두산건설 지분을 다시 시장에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되팔아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여지도 생긴다. 이들 지분은 장부가 기준으로 4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특히 두산그룹은 두산엔진 매각 이후에도 두산중공업과의 기존 거래선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도 이번 매각에서 고려했다. 기존에 두산엔진은 엔진 핵심 부품 중 가장 고가 라인에 속하는 크랭크샤프트를 두산중공업에서 전량 구매해 왔다.

그러나 이번 본입찰에 참여한 파인트리자산운용은 현재 서울회생법원에서 주도하는 STX중공업 엔진사업부문 예비인수자로도 낙점돼 있다. STX중공업은 크랭크샤프트를 직접 제조·사용한다. 이에 파인트리자산운용이 두산엔진과 STX중공업을 동시에 인수할 경우 두산중공업보다 STX중공업에서 해당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두산그룹이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을 택한 데는 적정한 매각가와 두산중공업 매출 보전 외에도 오랜 신뢰관계가 한 몫을 했다.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소시어스의 이병국 대표는 산업은행 M&A실에서 두산, 포스코, 쌍용 등 대기업 계열사 딜을 주도해 왔다. 두산그룹과도 외환위기 시절 전후부터 인연을 맺어온 셈이다. 특히 지난해엔 STX엔진 인수를 추진하는 등 중공업·조선 부문 이해도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설립돼 작년부터 M&A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신생 운용사임에도 아주캐피탈 인수에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정승원 웰투시 대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에 몸담으며 산은 M&A실 팀장이던 이병국 대표와 연을 맺었다. 이번 소시어스와 웰투시의 파트너십이 단순히 재무적 이해타산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두산그룹 등 매각자 측이 투자안내서에서 전망한 올해 두산엔진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2억 원 수준으로 매우 저조하지만 2019년부터는 180억 원으로 늘어난다. 2020년부터는 400억 원 이상 정상화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소시어스와 웰투시는 실사를 거치며 실제 정상화 속도가 이보다 빠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예비입찰자들이 두산엔진의 지난해 수주 부진을 이유로 본입찰에서 빠진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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