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CEO, ‘재무通’ 채워진 까닭은…‘확장’보다 ‘내실’

입력 2018-03-05 10:00 수정 2018-03-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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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의 최고경영자(CEO) 자리가 재무통(通)으로만 채워지고 국내·외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업계는 공격적인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영훈 신임 포스코건설 사장은 2일 취임식을 갖고 한찬건 전 사장이 방향키를 쥐던 포스코건설 호(號)를 물려받았다.

이 사장은 2009년 포스코 재무투자부문 재무실장(상무)을 지냈으며 2014년에는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는 재무전문가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과 해외 발주물량 감소 등 국내외 건설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며 “이런 가운데 포스코건설의 안정적인 성장기반과 내실경영을 다지는데 (이 사장이)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의 취임으로 대형건설사들의 재무통 CEO 중용 기류는 더욱 짙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대형건설사 신임 CEO는 하나 같이 재무전문가로 채워졌다.

올 1월 취임한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장 사장은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삼성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을 두루 지낸 재무통이다. 삼성물산에선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일하다 건설부문장에 올라섰다.

같은 달 취임한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역시 현대자동차에서 재무관리실장(전무)을 맡았으며 2011년 현대건설에 들어온 뒤 재경본부장을 지냈었다.

이밖에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대철 현대산업개발 총괄 사장, 같은 해 8월 선임된 송문성 대우건설 사장도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올 초 사장으로 승진한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지난해 말 유임에 성공한 조기행 SK건설 부회장도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로 알려졌다.

반면 공대 출신 CEO의 입지는 확실히 쪼그라들었다. 기계공학과 출신인 한찬건 포스코건설 전 사장, 건축공학과 출신인 정수현 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상근고문은 올해 CEO 자리를 CFO 출신 후임자에 넘겨주게 됐다.

2017년 기준 시공능력 평가 순위 10위권 내 건설사 중 공대 출신 CEO는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과 강영국 대림산업 대표뿐이다. 성 사장은 임기가 2020년 3월, 강 대표는 2019년 3월까지다.

건설업계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하면서 리스크 관리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재무전문가의 입지가 커졌다. 국내는 정부의 SOC 예산 감축, 주택 규제 강화 등으로 경기 예측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유가 불안,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건설사의 급부상 등 위기 요인이 이미 만성화된 해외 환경도 불확실성을 증폭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발주량이 많던 건설업계 호황기에는 해외에 바쁘게 오가며 사업을 따내는 영업 능력이 중요했다”며 “발주량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시장 예측이 어려운 지금은 가진 것을 잘 지키는 재무전문가가 중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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