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에 ‘블랙스완’ 몰고 온 트럼프發 무역전쟁

입력 2018-03-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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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3대 지수, 지난주 3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전면적 무역전쟁에 증시 끝없이 추락할 것”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난해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뒤에서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윌버 로스 상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바로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난해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뒤에서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윌버 로스 상무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바로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글로벌 증시에 ‘블랙스완’을 몰고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블랙스완이 올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레이먼드제임스의 제프리 사우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CNBC의 ‘트레이딩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의 관세 방침이 실제로 발효돼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산되면 증시 저점이 어디인지 모르게 될 것”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이 가라앉기 전까지 관망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2주 내 트럼프 관세에 대한 세계 각국의 보복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트럼프가 전 세계를 격분하게 해 시장에 잠재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과 기업 실적 호조에 증시는 기본적으로 건전해 주식 매수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주식 매수를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증시에 2월 조정 장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랙스완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일어나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이벤트를 뜻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난 2007년 ‘블랙스완’이라는 저서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고하면서 이 용어가 유명해졌다.

뉴욕증시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일 헬스케어 관련주 강세에 힘입어 트럼프 관세 불안 속에서도 혼조세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는 0.29% 하락했지만 S&P500지수는 0.51%, 나스닥지수는 1.08% 각각 상승했다.

그러나 3대 지수는 주간 기준으로는 3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투자자들이 트럼프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모습을 반영했다. 다우지수는 지난주 3.05% 떨어졌고 S&P지수는 2.04%, 나스닥지수는 1.08% 각각 하락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 추이. 2일(현지시간) 종가 2만4538.06. 출처 CNBC
▲뉴욕증시 다우지수 추이. 2일(현지시간) 종가 2만4538.06. 출처 CNBC
리치 구에리니 PNC인베스트먼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난달 첫 주 전까지 18개월간 아무런 변동성이 없었다”며 “그러나 갑자기 시장이 변동하기 시작했고 투자자들이 다시 이런 변동성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철강 수입품에 25%, 알루미늄에는 10% 관세를 각각 부과할 것이라고 선언해 시장을 다시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접어들게 했다. 그 다음 날에는 “무역전쟁은 좋은 것이며 우리가 쉽게 이길 것”이라는 트윗을 올려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려 했다.

이런 시장의 불안에도 트럼프 정부는 무역전쟁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무역전쟁 책사 역할을 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기업 사례에 대해서는 예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캐나다와 영국 한국 등 동맹국이라도 개별 국가 전체에는 예외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한 국가를 면제하면 다른 국가들에도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철강업체로부터 조달하지 못하는 고부가 가치 제품만을 예외로 허용하겠다는 철저한 ‘미국우선주의’적인 인식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이날 관세 혜택을 볼 철강과 알루미늄 관련 기업 이외 거의 모든 산업 관계자들이 트럼프의 무역전쟁 방침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카콜라는 캔제조업협회(Can Manufacturers Institute·CMI)의 로버트 버드웨이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관세 부과는 알루미늄 캔 제조업과 그 직원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코카콜라는 CMI 회원사는 아니지만 알루미늄 캔을 대량으로 쓰고 있다.

엑손모빌 등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석유협회(API)는 “국제무역과 투자 체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자유무역은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기회를 제거한다. 우리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한 새 관세나 쿼터 적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조치는 무역 긴장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중단 등으로 향후 수년간 교역이 급격히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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