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리는 트럼프…‘美 관세 폭탄 예고’에 연합전선 펴는 EU·중국

입력 2018-03-05 08:30 수정 2018-03-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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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폭탄’ 투하를 예고하자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시사했다. AP뉴시스
▲미국의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폭탄’ 투하를 예고하자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를 시사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관세 폭탄’ 투하를 예고하면서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이 곧바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국이 이에 다시 맞불을 놓으면서 무역 전쟁이 노골화하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제한이나 관세 조치에 서명하면 28억 유로(약 3조7342억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도입할 방침이다.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철강·알루미늄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EU는 오는 7일 열리는 EU 집행위원회(EC) 정례회의에서 대상 제품 등을 확정해 회원국에 제안한다. 미국산 철강뿐만 아니라 공산품과 농산물 등 3개 분야에 25% 수준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2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EU가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와 같은 미국 제품을 표적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철강 제품과 쌀, 옥수수, 오렌지 주스, 크랜베리와 같은 농산물이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 EU의 보복 관세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조치로부터 90일 이내에 적용할 계획이다.

EU는 미국의 수입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다고 판단되면 다른 나라들과 공동으로 제소할 예정이다. 2002년 EU는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정권의 철강 수입 제한을 일본 등과 WTO에 제소해 철폐시켰다. 미국의 수입 제한으로 인한 철강 수입량 급증을 막기 위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의 강경 대응에 트럼프 대통령은 맞불을 놓았다. 그는 3일 트위터를 통해 “EU가 미국 기업에 대한 세금과 장벽을 더 높인다면 우리는 유럽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205억 달러(약 22조2015억 원) 규모의 독일 승용차를 수입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픽업트럭에는 25%의 관세를 적용한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4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EU의 미국산 제품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이는 우리 경제에서 1%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표적인 중국도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암시했다. 장예쑤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무역 전쟁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중국에 손해를 초래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판단이나 가정에 근거한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양국 관계를 훼손하고 어느 국가도 보고 싶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5800억 달러 이상으로 약간의 마찰이 존재할 것”이라면서도 “경제와 무역 마찰을 다루는 올바른 방법은 서로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을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조치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불만을 가진 국가 및 지역과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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