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은 더 이상 신규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의 부채 탕감이나 출자 전환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회사의 청산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측 고위 관계자는 5일 “성동조선해양 2차 컨설팅 결과 이후에도 채권단이 이 회사에 자금을 투입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이 협의를 마무리한 이후 채권단끼리 출자 전환이나 부채 탕감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등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은 삼정KPMG가 실시한 컨설팅 중간 결과를 토대로 최근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채권단은 협의 당시 컨설팅 보고서를 열람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EY한영의 실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성동조선해양의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높았다. 청산 가치가 높다는 것은 기업을 정리해야 채권 회수율이 높다는 뜻이다.
채권단은 곧 성동조선해양 지원과 관련해 최종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수은과 우리은행은 성동조선에 ‘신규 자금 지원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 자금 지원에 동의할 곳은 없다” 며 “정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신규 자금과 출자 전환을 포함해 모두 4조2000억 원을 성동조선해양에 지원했다. 이 중 3조2000억 원은 수은이 부담했다. 정부는 8일 열리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에서 성동조선해양·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의 청산보다 회생에 무게를 실으면서 채권단은 채무 조정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총 차입금은 2016년 말 기준 2조6183억 원이며 자본잠식 상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성동조선해양의 사업부문을 바꿔도 존속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은 못 해도 출자 전환이나 부채 탕감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채권단의 손해가 불가피한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다. 성동조선해양이 지방선거 이후 청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