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공식 방문했을 때 작은 초밥집에서 식사한 적이 있다. 그날 오바마는 식사를 마친 후 흡족한 표정으로 식당을 나섰다. 오바마가 “지금껏 맛본 그 어떤 초밥보다도 맛있었다”고 극찬한 식당은 초밥 명인 오노 지로(小野二郞·94세)가 운영하는 ‘스키바야시 지로’였다. 켄 모기(茂木 健一郞 )의 ‘이키가이’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삶과 일의 철학이자 방편인 ‘이키가이(삶이란 단어와 보람이란 단어의 합성어)’를 다룬 책이다. 부제인 ‘일본인들의 이기는 삶의 철학’이 이 책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이키가이’는 일본어로 인생의 즐거움과 보람을 뜻한다. 사실 우리가 인생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이키가이를 경험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자신이 무엇을 하든 바로 그곳에 인생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키가이가 가능하다. 이키가이는 부(富)와 지위처럼 특정인에게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허용된 민주적이고 공평한 개념이다. 결국 삶의 철학 문제이자 태도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키가이는 무엇인가. 이키가이는 당신이 아침에 눈을 뜨는 이유이며, 작은 일을 챙기는 힘이며, 감각적 아름다움이며, 몰입이며, 지속 가능성이며, 삶의 이유다. 또한 이키가이는 강건함과 회복력이며, 행복이며,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들이기이다. 목차의 짧고 단호한 문장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키가이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키가이의 기초는 다섯 문장 안에 들어 있다.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자아를 내놓는 것 △화합과 지속 가능성을 찾는 것 △작은 일들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것 △현재에 충실하기이다.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온 사람이라면, 다섯 가지 가운데 몇 가지는 이미 몸에 배 있을 것이다. 어떤 일에서든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기쁨을 찾아내는 것은 상당 부분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단조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어떤 사람은 지겨움으로, 또 다른 사람은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어쩌면 스트레스를 느끼는가 아닌가도 이키가이를 누릴 수 있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일과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이키가이는 성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이키가이는 인생과 삶의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함과 아울러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열정과 끈기를 제공한다. 어떤 일에서든 큰 것을 꿈꾸기에 앞서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을 생활화하라. 무슨 일이든 미루지 말고 부담을 갖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라. 일상의 일이라 하더라도 선입견을 갖지 말고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즐거움을 확인하고 누려 보라. 각별한 의미가 있는 기쁨을 발견하고 마음 깊이 간직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임을 기억하라.
일본인들에게 현재에 충실하기는 덧없음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축제는 이를 잘 드러내는 사례다. 내일 우리가 무엇이 되는가도 중요하지만 내일은 그저 가능성의 영역에 속할 뿐이다. 인생에서 순간적 경험을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바꾸어 놓는다. 제대로 인생을 살아내는 방법을 담은 멋진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것에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을 다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