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前 미국 재무장관 “트럼프 보호무역 조치는 약달러 부추겨”

입력 2018-03-05 10:47 수정 2018-03-0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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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약달러 초래”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출처 = 서머스 트위터 계정.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출처 = 서머스 트위터 계정.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를 두고 “약달러인 상황을 고려하면 ‘악수(惡手)’”라고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무역 가중치를 반영한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FT 기고에서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다양한 요인이 있었음에도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가치 상승 요인은 미국의 밝은 장기 전망, 견고한 고용 시장 등이 꼽힌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높은 점도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의 국채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현재 미국과 독일 간 10년 만기 국채 스프레드는 230bp로 미국이 높고, 미국과 일본 간 차이도 280bp로 미국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에도 불구하고 향후 10년간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15% 하락할 것으로 서머스 전 장관은 추정했다. 미국 경제 전망이 유럽을 포함한 여타 나라들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여러 요인 중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약달러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고 서머스는 평가했다. 서머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관한 의문은 달러화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들을 각성케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약달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보호무역주의를 빼 든 것은 정책적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보복을 고려하기 전에 철강이 중간재로 사용되는 자동차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며 “무역 전쟁을 좋아하는 대통령이 더 많은 리스크를 지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달러화 강세를 선호했다. 1990년대 중반 클린턴 행정부 때 약달러를 선호한 적이 있긴 했으나 이후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들어서면서 약달러 정책을 비판했고, 다시금 강달러 정책으로 회귀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환율 정책의 통일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약달러는 미국의 무역에 좋다”고 말하는 등 약달러를 선호하는 발언을 했다. 뒤이어 므누신은 이를 무마하는 발언을 했고, 트럼프는 “강달러를 원한다”며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

서머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세계 시장에서 신뢰는 유지하는 일보다 회복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렵다”고 경고했다. 즉 보호무역주의 시도가 시장의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현재 통화 시장은 미국이 건강한 경로를 이탈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미국은 강한 달러화와 견고한 경제를 바탕으로 탄탄한 펀더멘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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