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 1년 사이 한국과 중국 면세점 사업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단체관광 금지로 시작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1년 만에 한국 면세점 업체들의 수익은 악화한 반면, 중국 면세점 업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선전으로 한국의 세계 면세시장 점유율 1위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 국가의 정책적 지원, 국내로 유입되는 인바운드 관광객 규모다. 중국 업체들은 세 부문에서 한국 업체를 압도하며 성장하고 있다.
중국 면세시장은 ‘CDFG(China Duty Free Group)’로 통합되고 있는데, CDFG는 중국국제여행사(CITS·China International Travel Service)를 모기업으로 하는 일종의 국영 면세사업자다. CDFG는 중국 베이징국제공항 2청사·3청사 출국장면세점을 비롯해 하이난(海南)에 세계 최대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상하이 푸동·홍차오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선라이즈면세점의 51% 지분을 인수,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 면세점 업계는 최대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물론 다른 외국인 관광객까지 줄면서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416만9353명으로 전년도보다 48.3%나 줄어들었으며, 방한 외국인 관광객도 전년보다 20% 이상 줄어든 1333만 명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총매출액은 14조4684억 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씁쓸하다.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증가로 매출이 늘었지만, 이들에게 대규모 할인을 해주면서 롯데나 신라면세점의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하는 등 수익은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5년으로 단축된 면세점 사업면허 등 제도적·정책적인 문제도 업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더욱이 인천공항공사의 과도한 임대료 요구 등 이른바 ‘갑질’, 관세청의 과도한 개입, 박근혜 정권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던 정치권과의 커넥션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 등도 업계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다.
스웨덴 관광통계 전문기관인 ‘제너레이션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 면세시장은 109억3400만 달러로, 세계시장에서 17.2% 비중을 차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중국은 47억200만 달러, 7.4% 점유율로 2위를 올라 있다. 아직은 양국 간 격차가 크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면세점 업체들의 위협이 만만찮다.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면세업 업계가 국제적 변수에 따라가지 못하는 후진적인 정책, 관광객 규모, 규모의 경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속 빈 강정’이 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1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