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총 '노동이사제' 최대 쟁점…사외이사 대거 교체

입력 2018-03-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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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동이사제(노동자 추천 이사제)’ 추진이 가장 민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금융회사, 금융회사 노사 간에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외국인 주주들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다른 주주보다 노조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사외이사 교체 최대 현안 부상… KB금융 노조, 사외이사 재추천 = 최근 은행권 채용비리가 내부 견제 시스템이 작용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자, 최고경영진 압력에서 자유로운 사외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더구나 주요 금융사들이 이달 주총에서 사외이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작업을 예고하면서 KB금융 노조를 시작으로 주요 금융 노조들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진과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권 전체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KB금융을 제외한 다른 금융지주 노조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이번 주총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지난달 23일 회의를 열고 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 등 3인을 임기 2년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기존 사외이사(유석렬·박재하·한종수)를 임기 1년의 중임 사외이사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관심은 KB노조가 추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안건 통과 여부다.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의결권 주식 수 4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한다. 노조는 지난해 주총에서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은 만큼 권 교수 안건의 통과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윤종규 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노조 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선임이 무슨 기업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결국 공은 주총으로 넘어가게 된 셈이다.

◇외국인 주주 “경영 효율성 저하, 부정적 측면 강해” = KB금융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찬성률 17.78%로 부결됐다. 당시 지분 70%에 육박하는 외국인들이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던졌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KB금융 노조 측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ISS는 전 세계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견을 내놓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 때 ISS 의견을 상당 부분 참고한다.

이번에도 KB금융 외국인 주주들은 KB 측에 노조이사제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경영 개입으로 경영효율성 저하 등의 부정적인 측면이 더 도드라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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