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에 맞대응 카드를 빼 들었다. 트럼프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할 시 EU는 미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인 피넛 버터, 오렌즈 주스, 크렌베리, 버번위스키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에 고율 관세 부과로 맞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부당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리스트를 작성했다”며 “크렌베리, 오렌지 주스, 피넛 버터 등이 포함된 이 리스트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규모는 28억3000만 유로(약 3조761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하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 조항의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며 EU와 나토 회원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으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2001년 이후 사용되지 않았다. 그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가정을 부당하다고 믿는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 동기는 안보가 아니라 경제적 보호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무역 전쟁과 관련해서 단어 선정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미국에서 어떤 일을 벌일지 추측하기는 어렵다”며 “나는 진정으로 이런 일(무역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슨,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 등을 대상으로 삼아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융커 집행위원장은 “유럽 내 수천 개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트리는 조처를 멍청하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