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철강업체 중 하나인 US스틸이 문을 닫았던 고로 재가동 방침을 밝히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폭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S스틸은 이날 일리노이 주 그래나이트 시티에 있는 두 개 고로 중 한 곳의 조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US스틸은 조업 재개를 위해 500명 근로자도 재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크스와 기타 연료를 보충하는 등 작업이 필요해 조업 재개에는 4개월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로 재가동으로 미국 철강 생산량이 연간 약 140만 t 증가하고 US스틸이 올해 세전이익을 최대 8500만 달러(약 907억 원)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US스틸은 두 번째 고로에 대해서는 수요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재가동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US스틸 주가는 이날 2.6% 급등해 지난 12개월간 상승폭이 27.3%로 커졌다.
데이브 버릿 US스틸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제안과 관련한 트럼프의 ‘강력한 리더십’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래나이트 제철소와 직원들, 지역사회는 너무 오래 미국 철강시장을 침범한 불공정 무역의 끝없는 파도에 고통을 받아왔다”며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조치는 철강 수입이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미칠 심각한 위협을 인식하고 있다”고 환영했다. 이어 “국가와 경제안보 강화, 고용 창출, 경쟁력 강화를 가능케 하는 조건 정비를 위해서는 트럼프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수입 제한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조업 재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앞서 US스틸은 2015년 12월 그래나이트 시티 지역의 2개 고로와 3개 제강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 그 결과 150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US스틸은 전 세계적인 과도한 철강 공급에 따른 시황 악화와 불공정 무역에 의한 수입 증가를 폐쇄 이유로 꼽았다.
고로 재가동 소식에 그래나이트의 미국철강노조 사무소에는 이날 노동자들로부터 복귀 방법을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WSJ는 전했다. 가동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었던 근로자 대부분은 인근 제조업체나 소매업체에 취직했으나 월급은 반 토막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 해그나우어 그래나이트 시장은 “US스틸은 이 도시의 가장 큰 고용주였다”며 “다시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그동안 고통을 겪었던 다른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곳은 산업도시이며 US스틸 발표는 큰 보너스”라고 기뻐했다.
앞서 센추리알루미늄도 지난주 2015년 이후 생산 중단 상태였던 켄터키 주 제련소를 재가동하고 현지 인력을 300명 추가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값싼 중국 수입품에 밀려 공장 폐쇄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철강과 알루미늄 업계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내건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해왔다. 이들은 이번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방침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난 2016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산 철강 가격은 71% 올랐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N머니는 800명의 US스틸과 센추리알루미늄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되찾은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다른 산업에서 더 큰 일자리 상실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폭탄에 따른 일자리 상실이 10만~15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버나드 바우몰 이코노믹아웃룩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최소 2만5000개의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와 항공기에서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많은 산업이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를 상쇄하고자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은 약 14만2000명 근로자가 철강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650만 근로자는 철강을 소비하는 기업들에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