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말 많고 탈 많은 ‘공매도’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8-03-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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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면 늘 거론되는 것이 ‘공매도’다. 최근에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우리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가 큰 영향을 끼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2월부터 조정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공매도의 비중이 슬금슬금 늘어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 거래대금 가운데 공매도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육박하면서 연초 대비 두 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코스피시장 전체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1월 평균 4.82%에 불과했으나, 2월에는 5.38%로 상승했다. 3월 들어서는 10%대에 육박하는 날이 잦아지고 있다.

공매도 과열 종목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1월 38개 종목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으나, 최근 50여 개로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는 2일 하루 만에 다시 6개 종목이 지정됐다. 그렇다면 공매도는 무엇인지, 우리 증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궁금증① ‘공매도(空賣渡)’ 없는 걸 판다고요? = 공매도는 말 그대로 ‘가짜 매도’를 뜻한다. 주식이라는 실물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팔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즉, 주식을 빌려 와서 바로 팔아 버리고 일정한 기한 내에 다시 주식을 사서 되갚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공매도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값싼 이자를 주고 주식을 빌려와서 매도를 한 후,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싸게 사서 원래 주인에게 주식을 돌려줌으로써 시세 차익을 얻는 매매 방식이다. 예를 들어 1만 원하는 주식 1주를 일정 이자를 주고 빌려와서 매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해서 5000원으로 떨어졌다면 이 주식을 사서 되갚아 5000원의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물론 예상과 다르게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 일반 주식투자와 다른 점이다. 국내에서 공매도는 1996년부터 허용됐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차입공매도는 1998년 7월부터 허용되고 있다.

궁금증② 공매도는 나쁜 건가요? = ‘공매도와의 전쟁’이라는 말들을 주식시장에서 쉽게 들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와의 전쟁을 벌인다는 의미의 기저에는 ‘나쁘다’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공매도가 이처럼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 데는 어떤 문제점이 있어서일까.

우선 증권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투자자가 주식을 공매도한 뒤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이후에 주가가 반드시 하락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 등을 통해 시세조종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에 관한 나쁜 소문을 조작해 유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특히 증권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전문가라면 주식을 공매도한 후에 관련 기업에 관한 보고서를 부정적으로 작성해 주가 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코스닥 바이오 대표주자인 셀트리온은 극심한 공매도에 몸살을 앓다가 비교적 공매도로부터 자유로운 코스피시장으로 올해 2월 이전상장하기도 했다.

또한 투자자 예상과 달리 공매도를 한 후 해당 주가가 상승할 경우 투자자 손실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게 돼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가 주식대여기관에서 빌려온 주식을 약속한 날까지 반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공매도의 부작용이 극명히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금융위기 때다. 당시 헤지펀드들이 선진국 주식시장의 급락을 틈타 주로 금융회사 주식을 공매도해, 금융시장의 위기를 더 증폭시켰다고 비난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모든 주식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2009년 6월부터 비금융회사 주식의 차입공매도(다른 기관에서 주식을 빌려와서 매도하는 것)만을 허용하면서부터 다시 공매도 거래가 재개됐다.

궁금증③ 순기능은 없나요? = 모든 제도는 순기능적인 필요에 의해서 생긴다. 공매도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에서 일부 제한을 뒀지만, 공매도 거래를 계속 허용하고 있는 것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시장의 ‘효율성’과 ‘유동성’을 높이고, 주식투자의 위험을 경감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금융 전문가들도 공매도의 순기능에 주목하면서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좋은 정보든 나쁜 정보든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악재가 제때 반영되지 않을 경우 주가에 버블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결국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공매도는 ‘증권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투기적 거래’와 ‘시장 효율성과 유동성을 높이고 주식거래 헤지(위험분산) 기능을 갖춘 거래 형태’를 겸비한 ‘양날의 검’이다. 적당히 사용하면 약이 되지만, 과하게 사용하면 독이 되는 것이 공매도이다. 하지만 문제는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들은 오직 자신의 수익과 수수료 수입을 위해 과도한 공매도를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궁금증④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못하나요? = 물론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투자 주체라면 누구나 공매도 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다.

문제는 자금과 정보에 취약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관 외국인은 주식을 빌려 끌어오기가 쉽지만, 개미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공매도와 비슷한 ‘대주거래’라는 것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다. 대주거래는 증권사에서 정해준 몇 개의 종목만 매도가 되는데, 대부분 거래가 없는 종목들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주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려 판 뒤, 90일 이내에 갚아야 한다.

하지만 공매도 세력은 개인이 아닌 기관이고, 주식을 빌리는 기간도 훨씬 더 길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공매도 접근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기관은 공매도 접근이 매우 쉬워 공매도는 기관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많은 데다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주로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들이 공매도 거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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