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상조산업' 법제화 시급

입력 2008-03-18 13:55 수정 2008-03-24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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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업체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상조업체는 별다른 절차없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차릴 수 있는 업종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고객들은 막상 장례식 때 상조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뾰족한 대책이 없고 상조회사가 폐업하면 납입한 돈을 고스란히 떼이는 게 다반사다. 최근 몇차례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솜방망이 수준이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상조산업과 관련 ▲법의 사각지대 상조산업 ▲ 상조업으로 인한 피해 ▲정부의 솜방망이 제재 ▲일본의 상조업을 통해 바라본 우리의 대책 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우선 법의 사각지대인 이 업종에 법제화와 관련, 결론부터 말하면 빠른 시일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총선으로 정국이 어수선한데다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이 많아 상조업체 문제는 관심권 밖이기 때문이다.

◆ 업종실태와 뒤죽박죽 통계

상조업은 불확실한 미래에 닥쳐올 관혼상제와 관련 고객들로부터 일정한 금액을 미리 받고 행사를 치러야 할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그 행사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상조상품은 한 달에 얼마씩 일정액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동안 불입한 뒤 나중에 결혼이나 장례 등 경조사가 발생하면 서비스를 받는 상품이다. 대부분 상조회사들은 결혼보다는 수익이 훨씬 많이 남는 장례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상조회사는 가입대상자들의 생활형편에 맞게 표준행사모델을 개발하고 그 행사에 소요되는 품목과 비용을 약정 계약금액으로 정해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월 2만~3만원을 납입하는 회원들이 대다수다. 상품군도 100만원대에서 1000만원까지 다양한 상품군이 형성돼 있다.

어떻게 보면 보험과도 비슷한 성격이라 할수 있으나 상조업이 보험과 다른점은 크게 다음과 같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상품은 납입기간 도중 사망시 나머지 잔금을 일시불로 치뤄야 한다.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경우 더이상 보험료를 낼 필요없이 보험금을 지급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상조회사는 가입시 정해진 해약 환급금표가 없거나 해약을 하더라도 위약금이 과다해 납입한 돈을 받지 제대로 돌려 받지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상조업은 일본의 상조업을 모델로 1982년 부산지역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몇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수도권에서도 상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영남지역에 100여개 사가 있고 지난해 3월현재 서울에 50여개 이상의 사업자가 영업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초창기이고 제도권 바깥에 있다 보니 업체를 대변하는 협회 수만도 4~5개에 달한다. 우리 상조시장 규모역시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통계역시 뒤죽박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상조협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에서 파악하고 있는 법인은 340여개다. 공정위에 따르면 비법인까지 포함해 약 1800여개의 상조회사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가입자 수도 다르다. 공정위는 한국상조인연합회 추산을 근거로 상조회사 가입 회원수는 215만명이고 매년 1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협회에 따르면 300만명이 훨씬 넘는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규모도 제각각이다. 공정위는 고객불입금을 기준으로 연간 3800억~7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하지만 일부 협회에 따르면 실제로는 3조원에 달하는 일부협회의 추정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족구성원이 소수화되고 핵가족화 및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친인척이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손을 걷고 도와주지는 않고 있다. 이에 상조회사를 통해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 따라서 상조산업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팔짱낀 정부

상조업과 관련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서로 책임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소비자가 안심할 만한 장치가 없지만 관할 부처가 없다보니 관리감독이 소홀할 수밖에 없으며 대해 팔짱을 낀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총대를 매려는 정부부처가 없다.

장례 분야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총괄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상조업으로 인한 피해가 주로 소비자 문제와 관련해 발생하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관할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상조업은 유사보험 형태로 볼 수 있지만 제도권 바깥에 있어 법적으로 금감원 감독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피해는 경찰 등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상조업으로 인한 피해가 사회문제화되자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상조업과 관련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표준약관은 ▲ 회원가입 ▲ 철회권 행사 ▲ 회원의 월납입금 납부의무 ▲ 선납 및 모집수당 할인 ▲ 서비스이용 ▲ 계약해지 및 해약환급금 ▲ 분쟁해결 등을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으로 법적 구속력도 없으며 상조회사가 이를 준수할 의무도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약관이 강제사항은 없지만 약관과 다른 불공정한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낼 수 가 있다. 아직은 상조산업이 초기단계라 소비자 보호문제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 2월초와 이달초 표시광고법과 방문판매법을 위반한 상조업체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솜방망이 제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월에 16개업체 3월에는 6개업체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총액은 3800만원이었을 뿐이다. 실질적인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와 관련한 조치는 공정위 관할 업무상 내릴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2월에 공정위 제재를 받은 업체는 보람상조개발, 금강종합상조, 동남상조, 아산상조, 서울유에프이행보증, 선경상조, 국민상조, 금강상조, 우리상조, 효원라이프장례서비스, 글로벌상조, 현대상조, 두레문화, 선경문화산업, 부산상조, 디에이치상조 등 16개업체다. 이달 제재업체는 현대종합상조, 영남종합상조, 우리상조개발, 대한상조, 조흥, 동아상조개발 등 6개업체다.

◆ 법제화 멀고먼 길

상조업을 법 제도권 아래 두어야 한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러나 곧 법제화가 이뤄지리라는 것은 본지 취재결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조업법 입법 움직임은 2000년대 들어와 있었다. 한국상조연합회는 2002년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조업체 난립으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며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진정서를 냈다.

지난해 11월 19일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대표발의를 통해 '상조업법'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제출했다. 그외 공동발의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로는 이윤성, 이재오, 엄호성, 김무성, 배일도, 공성진, 문희, 정하원, 이상배 의원 등이다.

문제는 공동발의자인 배일도, 문희 위원 등은 공천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에서도 탈락했다는 것. 특히 안명옥 의원은 이번에 공천 신청조차하지 않아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다.

또한 국회 현재 계류중이거나 심의중인 법안만도 3000여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외 상조업법을 공동 발의한 의원실 관계자들은 "상조업법안을 두고 공동발의한 것일 뿐 어떠한 법안도 대표발의자가 주도하는 게 대부분"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음달 총선과 공천을 둘러싼 어수선한 정국속에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상조업법이 통과되기란 물건너 갔고 법제화가 원점에서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상조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문제있는 상조회사를 걸러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상조업법의 제정은 이러한 차원에서 시급하다는 지적들이다. 그래야만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상조회사들을 제대로 관리 감독에 나서 관련 피해가 줄어들고 건전한 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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