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무역 전쟁은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세계화를 고려할 때 무역 전쟁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대처 방안이며 그 결과는 해로울 뿐”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 양국은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세계 최대 경제국인 중국과 미국은 양국 국민에 대한 책임과 세계 각국에 대한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며 “건설적인 대화로 상호 해결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필요한 대응을 하는 동시에 정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과 경쟁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왕 부장은 “중국이 걸어가야 할 근대화의 길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미국을 대체하지도, 대체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미국을 향해 날을 세우는 대신 ‘협력’을 강조한 배경에는 무역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지난달 수출 증가 규모는 3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중국의 달러화 기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 증가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였던 11%를 훨씬 웃도는 증가 폭이다. 수입은 6.3% 증가해 예상치인 8%를 밑돌았다.
위안화 약세와 기저효과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출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출이 크게 늘면서 중국의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337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월치인 203억5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위안화 기준 무역흑자는 2248억8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조치로 중국이 입는 타격은 사실상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에드워드 루스 칼럼니스트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뜻밖의 행운을 건넸다고 평가했다. 루스는 이날 ‘서방은 최선을 다해 중국을 돕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공개했다. 그는 “중국보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국가들이 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나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힘은 동맹국에서 나온다”며 “트럼프가 캐나다, 독일과 같은 동맹국과 멀어질수록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를 한해 10억 달러(약 1조673억 원)를 줄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트위터에 썼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는 대(對)중국 무역적자가 3752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훌륭한 상태이며 우리는 그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제시할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곧 행동해야 한다”며 고율 관세 부과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후 3시 30분 백악관에서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 서명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