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방북에서 특사단이 김 위원장의 배려심을 느낀 것은 많은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방북 첫날인 5일 특사단은 북쪽이 제공한 리무진 차를 타고 조선노동당 본부 정문에 내렸을 때 김 위원장과 그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차 바로 앞 몇 미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특사단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정문 앞에서 김 위원장이 반갑게 맞이하고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대표단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접견 장소로 이동했다고 한다.
또 정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때도 김 위원장의 배려심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접견 테이블에서 정 실장이 일어나 “친서를 전달하겠다”며 친서를 들고 맞은편 김 위원장 자리로 가서 주려고 했는데 김 위원장도 같이 일어서서 가운데 테이블로 나와 친서를 주고받는 장면이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라고 특사단의 말이다.
또 다른 사례로 접견장과 만찬장이 거의 붙어 있는 옆방인데 접견을 마치고 먼저 김 위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간 후 특사단이 10분 정도 쉬고 만찬장으로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그 방에서 나가자마자 만찬장 밖에서 김 위원장과 그의 부인 리설주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는 특사단 모두에게 한 명 한 명 손잡고 따뜻하게 인사해 배려심을 느꼈다고 한다.
김 부부장은 남한 방문 때 만난 구면이어서 친숙했는데 만찬장에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며 환대를 했다고 한다. 김 부부장은 “북한 음식이 입에 맞습니까” 물으며 친절한 환대를 했는데 환대 성격이 화려한 환대나 극진한 환대라기보다는 굉장히 세심하고 정성 어린 접대를 받았다는 것이 특사단의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에서 만났을 때 남쪽 사람들이 북쪽 음식이야기를 몇 개 했는데 그중 하나가 평양식 온반과 평양냉면을 맛보고 싶다고 얘기했었다고 한다. 특사단 방북에서 그때 얘기한 온반은 첫날 만찬장에 나오고 평양냉면은 둘째 날 옥류관에서 나와 신경 쓰는 모습을 보면서 화려한 환대라기보다 세심하고 정성 어린 대접을 느꼈다고 한다. 김 부부장은 만찬 내내 사려 깊게 준비하고 마음을 써줬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밝혔다.
이밖에 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우리 언론이나 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자신에 대한 평가나 이미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그런 평가와 이미지에 대해 무겁지 않은 농담을 섞어서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 이후 꾸준히 제기했던 한반도 구상이나 제안 등에 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접견 때 김 위원장 먼저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는 말을 하면서 문 대통령이 제시한 숙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 시선과 우리 국민 기대도 잘 알고 있었다”며 남북 합의한 6가지 항목을 얘기해 방북 결과가 나오게 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달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축적된 노력, 김정은 위원장의 숙성한 고민이 합쳐져서 아까 말한 6개 항목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특사단도 “북한으로서도 쉽지 않은 몇 가지 난제를 말끔하게 풀어가는 과정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