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한국지엠(GM)이 ‘경영정상화’라는 광의적 합의에 따라 본격적인 실사에 나선다. 하지만,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 최종 합의까지 이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관련업계와 한국지엠 등에 따르면 지난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의 합의에 따라 이번 주부터 한국지엠에 대한 본격적인 실사가 시작된다. 양측은 실사에 앞서 일부 자료제출 요구권과 실사 기간 등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데 공감하고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본격적인 실사에 앞서 정부는 △대주주의 책임적 역할 △주주 및 채권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장기적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 등에 3대 원칙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손실 구조와 원인 파악에 주력한다. 이전가격과 본사 대출의 고금리, 본사 관리비, 기술사용료, 인건비 등 5대 원가 요인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은 ‘7대 경영정상화 방안’을 밝혔다. 27억 달러(약 2조9000억 원) 차입금 전액 출자전환 △2개 차종 글로벌 신차 배정 △신차 생산설비 투자 총 28억 달러(약 3조 원) △한국지엠 연구개발 역량 확대 △구조조정 비용 중 상당 부분 지불 △외국인파견임직원(ISP) 감축 △한국지엠경영실사 원활한 협조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실사 시작 전부터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실사 기간에서도 양측은 엇갈렸다. 신차 개발 프로세스에 따라 3월 안에 신차 생산배정을 마쳐야하는 GM은 빠른 의사결정을 종용해 왔다. 반면 실사단은 “최소 2~3개월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이런 상황에 GM측의 모호한 입장도 실사에 걸림돌로 등장했다. GM은 정부에 “신차를 배정할테니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에는 “임단협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신차 배정이 어렵다”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양측 최고책임자가 실사의 중요성에 대해 합의한 만큼, 서로 절충안을 만들어가며 실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런 경우 실사 기간이 길어지고 ‘실사 파행’이라는 극단적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