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퇴임 의사를 밝힌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후임이 정해지면서 골드만삭스 2인자였던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블랭크페인의 후계자로 데이비드 솔로몬 공동 사장을 지명했다. 솔로몬과 함께 후계 경합을 벌이던 공동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하비 슈워츠는 4월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
솔로몬과 슈워츠는 지난 2016년 12월 당시 블랭크페인의 유력한 후계자 후보였던 게리 콘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합류하고자 사임하면서 공동 사장 겸 COO로 발탁됐다.
앞서 WSJ는 지난 9일, 블랭크페인이 내년 골드만삭스 창립 150주년에 맞춰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은퇴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솔로몬과 슈워츠가 후임을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블랭크페인은 이미 지난달 이사회에서 솔로몬을 자신의 후계자로 낙점한 상태였다. 블랭크페인은 이날 경영진에게 슈워츠의 은퇴 등 이사회 결정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솔로몬은 당초 계획했던 중국 방문 일정을 긴급히 취소했다.
블랭크페인 현 CEO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회사를 안정화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으나 이후 부진한 성장세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그는 IB 부문을 성장시킨 솔로몬에게 골드만삭스 전체의 미래를 맡기게 됐다.
골드만삭스의 이번 인사로 가장 착잡한 건 콘이다. 자신의 자리가 될 것이 확실했던 골드만삭스 차기 CEO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의욕을 갖고 임했던 NEC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조롱하듯 이런 소식이 들려왔다.
자유무역을 옹호했던 콘은 트럼프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 관세 부과를 둘러싼 갈등으로 지난 6일 NEC 위원장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의 사임을 기다렸다는 듯 이틀 뒤인 8일 관세 부과 명령에 서명했다. 뒤이어 월가 최장수 CEO 중 한 명인 블랭크페인이 갑자기 은퇴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콘의 후임을 활발히 물색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크리스 리델 백악관 전략담당국장이 차기 NEC 위원장으로 유력하다. 리델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 두 곳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해 콘과 마찬가지로 월가를 다뤄본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트럼프의 사위이자 정권 실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콘과 달리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자로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트럼프의 다른 측근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에서 경제 해설가로 활약하는 래리 쿠드로도 콘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쿠드로는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지지자이기도 하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에게 감세 등 정책을 비공식적으로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