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가운데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협상의 문을 열었다. 이에 동맹국이면서 관세 면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더욱 초조해지게 됐다.
1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미국에 대한 커다란 관세 및 장벽을 제거하는 것에 관해 EU 대표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해 미국과 여러 수준에서 접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하면서 15일의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까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대상국인 캐나다, 멕시코와 호주 등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앞서 EU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시사하자 미국의 대표 수출 품목에 대해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EU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산 버번위스키, 땅콩버터, 크랜베리, 오렌지 주스 등에 맞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수입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맞불을 놓았다.
IHS글로벌트레이스아틀라스에 따르면 2017년 1~9월 미국 철강 수입 상위 10위 안에 든 EU 회원국은 독일이 유일하다. 캐나다는 1위 멕시코는 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3위이다. 다만 EU를 단일국가로 간주하면 캐나다에 이어 2위다.
한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마치 관세 면제 혜택을 부여한 듯한 상황을 연출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프타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한시적으로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프타 협상과 관세를 연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세 면제는 마법 같은 호의가 아니다”라면서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캐나다만큼 미국에도 해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 양쪽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무역 흐름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통해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에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 개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양보를 끌어내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이에 일본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관세 면제를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정부도 철강 관세 면제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2일(한국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냈으며 다음 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이를 협의할 예정이다. 13일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막판 설득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