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미 무역흑자 줄이기 ‘딜레마’

입력 2018-03-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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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 등 통상압박 거세질 것… 품목 다변화로 맞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조치를 공식화하면서 미국과의 교역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정부를 향해 대중 무역적자를 1000억 달러(약 107조 원) 축소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칼날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13일 관련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과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보호무역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있지만, 압박 강도는 오히려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017년 국가별 상품 교역 통계’를 보면 미국은 지난해 우리나라에 482억7700만 달러 상당의 상품을 수출하고 711억6400만 달러를 수입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한 상품 무역적자는 228억8700만 달러(약 24조3632억 원)로 2016년 275억7200만 달러보다 17.0%(46억8500만 달러) 감소했다. 무역적자가 감소한 이유는 미국의 수출이 반도체 장비와 액화천연가스(LPG), 육류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14.1% 증가한 가운데 수입은 1.8%만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총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월 12.3%에서 올해 1~2월 10.5%로 감소했다. 2월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3억6000만 달러)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9% 급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정부가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는 어렵다”면서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반도체 장비와 북반구 이상 한파 등으로 에너지 수입이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무역적자가 많다는 입장이다. 무역전쟁 확산으로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가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나라 수출 2위국인 미국의 압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으로의 수출에 목을 매야 하지만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 물량 조절은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통상 파트에서는 수출 물량 감축을 통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것이 미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유력한 협상 카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과 자동차, 반도체, 전자기술(IT), 산업기계 등은 국내에서 대미 무역 흑자가 높은 산업이다. IT와 제약산업은 지식재산권을 통해 통상 압박이 가해질 전망도 제기된다.

철강 업계는 미국이 수입 철강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대미 수출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으로의 수출을 줄이기보다 품목을 다변화해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큰 나라이자 하이테크 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이다. 미국과의 무역실적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드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품목 다변화를 통해 통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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