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다시 위기에 빠진 아베 정권

입력 2018-03-13 14:2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현재 일본에서는 정부의 결재서류가 불법으로 변경됐다는 중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다시 위기에 빠지게 됐다. 아베가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일본 정가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국유지가 아베 총리와 친한 인물이 이사장이었던 모리토모(森友) 학원에 초등학교 건설 예정지로 시가의 10분의 1 정도로 대폭 할인돼 매각된 문제는 지난해 2월 표면화되었다. 초등학교의 명예 교장을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安倍昭惠) 여사가 맡았기 때문에 야당은 국회에서 아베 총리가 특별한 편의를 제공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리고 2017년 3월 초 야당 국회의원들이 관계문서의 제출을 요구했고, 같은 해 5월 재무성이 이들 문서를 공개했다.

그런데 아사히신문은 최근 당시 공개된 문서 내용 일부가 변경되거나 삭제된 혐의가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아사히신문은 작성 당시 문서에 있던 ‘본건의 특수성’이라든가 ‘가격을 제시한다’는 표현이 공개된 문건에서 사라졌고, 학원 측의 ‘요청’이라고 적힌 부분이 ‘제안’이라는 표현으로 변경되는 등 국회에서 답변한 재무성 측의 설명에 맞게 내용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책임자였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국세청장이 갑자기 장관직을 사임하고, 문서 작성을 책임진 재무성 직원 한 사람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문제의 최고 책임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에 대해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소 재무상은 조사결과를 본 후에 판단하겠다는 등 책임 회피성 발언을 되풀이해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또 모리토모 학원의 국유지 매각을 둘러싼 문서 변경은 결재 후에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문서가 결재되고 나서 국회에서 야당들이 이 문제를 추궁하기 시작한 후에 변경이 됐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베 내각으로서는 큰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변경 이전 문건에는 재무성과 모리토모 학원과의 교섭 경위가 1페이지 정도 적혀 있었는데, 그 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문건에는 몇몇 정치인의 이름도 기재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소 재무상은 11일 오후 조사내용을 재무성 간부로부터 보고받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변경은 국회에서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넓은 범위에서 이루어졌다. 총리관저는 이 문제가 아소의 거취 문제로 발전되지 않도록 하고 싶은 생각이지만, 야당 측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희망의 당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대표는 “아소 재무상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미 사태는 아베 총리, 더 나아가 내각 전체의 책임이라는 단계로 옮아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의 개입 여부,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와 모리토모 학원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설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의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대표대행도 “정보 공개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정치 책임은 당연히 아소 재무상에게 있다”고 언급했다.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사가와 청장과 아키에 여사에 대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아키에 씨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자민당 내에서도 문제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부간사장은 11일 “변경이 사실이라면 진실을 국민에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기자단에게 강조했다. 그는 “자민당은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는 것처럼 관료에게만 책임을 떠미는 듯한 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문제는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아베 총리는 12일 문서 조작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정부 전체의 신뢰를 뒤흔들 수도 있는 상황이며, 행정부 수장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의 엄격한 시선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번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사죄했다.

누가, 무슨 권한으로 국유지 매각을 결정했고 문서를 변경·삭제했는가. 이것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설명되지 못하면 아베 정권과 자민당의 신뢰가 크게 흔들린다. 아베는 자신의 3선뿐만이 아니라 정권 유지도 위태롭게 될 기로에 서게 됐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신라면·빼빼로·불닭까지...뉴욕은 지금 K푸드 앓이중[가보니(영상)]
  • 수험생 정시 입결 활용 시 “3개년 경쟁률·충원율 살펴보세요”
  • 트럼프, 2기 재무장관에 헤지펀드 CEO 베센트 지명
  • 송승헌ㆍ박지현, 밀실서 이뤄지는 파격 만남…영화 '히든페이스' [시네마천국]
  • 강원도의 맛과 멋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단단단 페스티벌' 外[주말N축제]
  • 野, 오늘 4차 주말집회…‘파란 옷, 깃발 금지' 먹힐까
  • '위해제품 속출' 해외직구…소비자 주의사항은?
  • “한국서 느끼는 유럽 정취” 롯데 초대형 크리스마스마켓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5,389,000
    • -1.59%
    • 이더리움
    • 4,764,000
    • +3.01%
    • 비트코인 캐시
    • 733,500
    • +8.51%
    • 리플
    • 2,163
    • +7.67%
    • 솔라나
    • 360,000
    • +0.84%
    • 에이다
    • 1,564
    • +23.15%
    • 이오스
    • 1,096
    • +14.41%
    • 트론
    • 301
    • +8.27%
    • 스텔라루멘
    • 678
    • +65.3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9,400
    • +6.37%
    • 체인링크
    • 24,520
    • +15.39%
    • 샌드박스
    • 585
    • +18.6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