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명품 시계 산업이 부진에 빠진 가운데 구원투수로 등장한 장 클로드 비버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시계 부문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젊은 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비버 회장의 전략을 1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스위스의 시계 산업은 중국의 반부패 정책과 스마트워치의 등장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4~2016년 스위스산 시계의 수출 규모는 13%가량 줄었다. 지난해 2.7% 증가했으나 이는 럭셔리 제품의 전반적인 호황에 비하면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태그호이어와 위블로의 매출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최고치를 경신했다. 태그호이어, 위블로, 불가리 등을 보유한 LVMH의 시계 보석 사업부는 작년에 38억 유로(약 4조990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6년 대비 10% 성장했다. 2016년에는 2015년 대비 5% 성장했다.
LVMH가 보유한 시계 브랜드들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주요한 배경에는 비버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시계 마케팅의 귀재라 불리는 그는 68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 풍부하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아날로그 시계를 더는 사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68세인 나는 젊은이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버 회장은 17세 아들 피에르와 25세 의붓딸 캐롤라이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젊은 층을 공략했다. 2004년부터 위블로 CEO를 역임했던 그는 2011년 아들 피에르의 추천에 따라 비욘세의 남편이자 유명 래퍼인 제이 지를 브랜드 홍보 모델로 박탈했다. 당시 위블로는 제이 지를 모델로 한 시계를 350세트 한정 출시했다. 검은색은 1만7900달러, 금색은 3만3900달러로 책정된 이 제품들은 완판에 성공했다.
비버 회장은 2014년 태그호이어 CEO로 취임했다. 그해 애플은 자사의 스마트 워치인 애플워치를 출시했다. 비버 회장은 시계를 차지 않는 젊은 층들이 스마트워치 시장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2015년 말 구글, 인텔과 협력해 스마트워치를 선보였다. 스위스 명품 시계라는 자존심을 지키느라 젊은 고객층을 뺏기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작년에 비버 회장은 자녀와 자녀의 친구들이 조언한 내용을 반영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 전용 레이싱 게임 ‘그란투리스모’에 광고를 하기로 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일요일에 F1을 보는 것보다 이 게임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비버 회장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데도 열심이다. 자사의 브랜드 모델을 만날 때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려 홍보 효과를 낸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2만5000명에 달한다. 인스타그램이 비버 회장의 팔로워 나이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18~24세였다.
다만 스위스 명품 시계는 미국시장에서는 여전히 젊은 세대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마케팅 리서치 업체인 이펄스의 조사에 따르면 34세 미만 미국인 중 29%만이 아날로그 시계를 갖고 있었다. 올해 아날로그 시계를 구매할 계획인 사람은 3%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