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서로 다른 근거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일주일 뒤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실적 개선 등을 근거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익 2조368억 원으로 2005년 지주 설립 이후 처음으로 순익 2조 원을 돌파했다. 실적 호조에 배당도 역대 최대치였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중간배당 300원을 포함해 주당 1550원을 배당했다. 주당 배당금이 2015년 650원, 2016년엔 1050원이었다.
또한 ISS의 찬성 권고에는 김 회장이 받고 있는 여러 의혹 중 일부가 해소됐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ISS는 하나금융의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과 정유라 씨 특혜대출 의혹에 대해 “지켜봐야 하고 반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혹은 각각 금감원과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ISS 권고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의사 결정을 할 때 의존하는 만큼 주총에서 외국인 주주들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74%에 이른다. ISS 찬성 권고만 보면 김 회장 3연임 안건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가 김 회장 3연임에 반대 의견을 낸 점은 변수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15일 하나금융 주총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김정태 회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해 재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이 자문사는 하나금융 노조 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과 김정태 회장의 인사 개입 의혹 등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관련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김정태 회장은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 며 “무죄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현 상황으로 볼 때 이미 김 후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됐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서스틴베스트는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다수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지주 수장의 신뢰 저하는 후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라며 “김 후보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혐의 등은 기업 및 주주가치에 중대한 훼손을 입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자문사는 “김 회장이 2012년 취임 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계속 포함된 상태에서 윤성복·박원구 사외이사 등을 추천했다”고 사외이사 독립성이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하나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9.61%)의 의결권 자문을 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