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한강아라호 재계약 갑질 논란…운영업체측 “매각 약속 어기고 새 임대인 선정”

입력 2018-03-16 17:14 수정 2018-03-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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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역에서 여의도한강공원에 가장 가까운 선착장에 정박한 유람선인 '한강아라호'가 서울시의 갑질 논란에 휩싸여 점거농성이 진행중이다. 사진은 16일 오전에 촬영한 한강아라호.(사진=김정웅 기자)
▲여의나루역에서 여의도한강공원에 가장 가까운 선착장에 정박한 유람선인 '한강아라호'가 서울시의 갑질 논란에 휩싸여 점거농성이 진행중이다. 사진은 16일 오전에 촬영한 한강아라호.(사진=김정웅 기자)

◇“임대 끝나고 나서 선박 매입할 시기와 금액까지 제시하라더니 이제와서...”

서울시가 시에서 소유한 한강 유람선을 운영하는 업체에 대해 갑질을 벌이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임대사업자의 임대료 상승 압박으로 임차인이 내몰리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영세업체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이같은 부당 행위에 직접 나서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현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여의나루역에 가장 가까운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유람선 ’한강아라호‘에는 “박원순 OUT, 한강본부장 퇴출”, “아라호는 서울시 갑질총탄에 침몰” 등 과격한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려 있다. 선착장 인근에는 사안에 대한 입장문이 곳곳에 게시돼 있다.

10일부터 ‘한강아라호’와 선착장을 점거하고 있는 주체는 ‘한강아라호’를 서울시로부터 3년째 임차해 운영해오던 중소기업 ‘렛츠고코리아’다. ‘렛츠고코리아’는 지난 2016년 8월 경 서울시가 입찰공고한 ‘한강아라호’의 임대사업을 낙찰받아 ‘한강아라호’와 선착장에 대한 8개월간의 임대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기간이 연장돼 ‘렛츠고코리아’의 임대계약기간은 이달 31일로 만료된다. ‘렛츠고코리아’ 측은 임대계약 당시 서울시가 임대기간이 완료되는 시점에 ‘한강아라호’를 ‘렛츠고코리아’에 매각할 것을 명시했으나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렛츠고코리아’ 외의 새로운 임대사업자를 선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이투데이가 입수한 '렛츠고코리아' 측 소장의 일부. 2016년 8월 한강아라호의 첫 임대사업 공고 당시에 서울시는 선박 매입 시기와 가격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주장했으며(사진 왼쪽), 렛츠고코리아 역시 매입금액과 시기등을 시의 요구에 따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입찰했다(사진 오른쪽).(사진=김정웅 기자)
▲사진은 이투데이가 입수한 '렛츠고코리아' 측 소장의 일부. 2016년 8월 한강아라호의 첫 임대사업 공고 당시에 서울시는 선박 매입 시기와 가격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주장했으며(사진 왼쪽), 렛츠고코리아 역시 매입금액과 시기등을 시의 요구에 따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입찰했다(사진 오른쪽).(사진=김정웅 기자)

서울시가 ‘렛츠고코리아’ 측에 매각하기로 했다는 주장은 당시 계약 조건에 근거한다. 이투데이가 입수한 2016년 8월 당시 ‘한강아라호’ 임대계약 조건에 따르면, 서울시는 입찰한 업체들의 임대제안서에 아라호 매입에 대한 시기, 가격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명시했다. 이 때의 입찰공고에서는 100점 만점의 평가항목 중 총 32점을 차지하는 입찰가액 뿐 아니라 매입에 대한 조건을 제시해야만 5점의 평가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다. 당시 렛츠고코리아는 90억3000만원의 매입금액과 임대개시 후 90일 이후 협상에 나설 것,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2016년 12월 경에 매입에 나서겠다는 구체적 시기까지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제출했다.

당시 ‘렛츠고코리아’와 운영사업 입찰에 함께 참여한 두 곳의 운영업체 역시 서울시의 매입 요구조건을 향후의 선박 매각의사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렛츠고코리아’는 해당 사안에 대해 소송을 준비 중이며 ‘렛츠고코리아’ 측 변호인은 법리적 관점에서 서울시의 매입제안서 요구와 이것이 반영된 운영업체 선정은 서울시가 선박을 매각할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측은 계약기간의 만료된 재산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 새로운 임대사업자 선정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운영업체 나름의 입장도 있겠지만 시에서는 계약기간이 끝나서 새 입찰공고를 낸 것이고 이에 대해 더 높은 입찰가액으로 입찰업체에 낙찰한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매각 의사를 표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 매각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이는 100점 만점 중 5점에 불과한 평가항목이었기 때문에 이는 매각의사로 볼 수 없다”며 “계약 상에는 매각에 대한 조건을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약속을 어겼다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강아라호를 이달 10일부터 점거하고 농성중인 '렛츠고코리아' 측이 선착장 인근에 게시하고 있는 입장문(사진=김정웅 기자 cogito@)
▲한강아라호를 이달 10일부터 점거하고 농성중인 '렛츠고코리아' 측이 선착장 인근에 게시하고 있는 입장문(사진=김정웅 기자 cogito@)

◇매각 가능한 재산으로 변경해 5회나 선박 매각 시도했던 서울시

하지만 서울시의 지난 행보 역시 매각을 전제로 임대사업을 실시했다는 운영업체 측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렛츠고코리아’와 임대사업 계약을 맺기 전, 서울시는 ‘한강아라호’의 매각에 대해 5차례에 걸친 입찰을 실시했으나 거듭된 유찰로 결국 임대사업으로 전환한 입찰공고를 낸 바 있다.

행정재산으로 분류돼 대부나 매각이 불가능한 ‘한강아라호’를 시의회 의결을 통해 매각이 가능한 ‘일반재산’으로 변경했다는 사실 역시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임대사업 체결 직후 서울시 측은 “가치를 파악하는 시범운영의 성격이며 이후 장기임대로 할 지, 매각을 할 지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이번 ‘한강아라호’ 임대에 대한 입찰공고는 1년짜리 단기 임대계약이므로 장기임대 계약조차 아니라 과거의 입장과 현재 행보가 상이하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당초 매각할 방침이었던 ‘한강아라호’를 임대 사업으로 전환한 까닭은 한강사업본부의 실적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당 의혹은 선박의 감가상각으로 인해 ‘한강아라호’의 감정평가 가치는 매해 하락하고 있지만 자산가치 하락은 사업본부 실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반면, 지속적인 임대수입의 창출은 사업본부 실적에 직결된다는 점에 근거한다.

이밖에도 ‘렛츠고코리아’ 측은 지난 운영업체 입찰 때와는 달리 서울시가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에는 입찰공고를 고시하지 않고, 공매사이트 ‘온비드’에만 공고한 것이 렛츠고코리아를 배제하려는 행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홈페이지 공고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의무가 있는 온비드에 입찰공고를 올린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공자산의 공매를 진행하는 사이트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 2월 6일 공고된 ‘한강아라호’ 신규 임대운영 사업자 선정 입찰공고에서 낙찰된 업체는 5억9700여만원의 입찰가를 제시한 이랜드그룹으로 확인됐다. 유람선 사업을 운영하는 중견그룹 이랜드는 현재 한강에 6개의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8월 경의 ‘한강아라호’ 임대사업자 입찰에도 참여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한강에 운영중인 크루즈 중 이랜드의 크루즈가 아닌 유람선은 현재 ‘한강아라호’가 유일하다.

현재 ‘한강아라호’를 둘러싼 시와 운영업체의 분쟁은 서울시 부시장 등을 포함한 시 수뇌부에 보고된 상황이다.

렛츠고코리아 측은 서울시가 당초 명시했던 매각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서울시는 ‘한강아라호’를 점거하는 ‘렛츠고코리아’ 측에 대한 명도소송을 4월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서울 여의도 공원 한복판에 위치한 유람선의 흉흉한 모습은 본격적인 나들이 철을 맞는 이달 중순부터도 지속적으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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