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예상대로 압승했다. 이에 러시아 경제의 성장 전망과 과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여론연구센터(VCIOM)는 이날 투표가 끝난 후 출구 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이 7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득표율이었던 64%를 훌쩍 웃돈 수치다. 2위를 차지한 후보는 공산당의 파벨 그루디닌으로 지지율은 11%에 그쳤다.
4선 연임으로 최소한 오는 2024년까지 권력을 쥐게 될 푸틴은 그동안의 정책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CNBC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와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러시아의 부패 문제와 저성장, 서구의 제재 등 여러 요인에도 단기 경제전망은 밝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통계국은 작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2016년 대비 1.5% 성장해 3년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UBS는 러시아의 GDP가 향후 2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의 다이아나 아모아 채권 매니저는 “실질 임금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지출도 탄탄하게 유지될 것을 기대한다”며 “러시아의 경제 성장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푸틴 행정부가 재정 지출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거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루블화 가치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며 유가도 안정된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푸틴 정부가 안고 있는 큰 과제는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에 따른 수년간의 경제난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이후 서방의 계속된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유럽연합(EU)은 오는 9월 15일까지 제재를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적자 150명과 38개 회사에 대한 여행 제한 및 자산 동결 조치가 연장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된 상태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간첩 독살 시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됐다. 영국은 제재로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기로 했고, 러시아 고위급 인사들의 자산 동결 조치도 발표했다. 그러자 지난 17일 러시아도 영국 대사관 직원 23명을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한다고 응수했다. 향후 영국은 대러 제재와 관련해 EU와 미국에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연설에서 국내 경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향후 6년 뒤 빈곤율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천명했다. 러시아는 1억4000만 인구 중 약 2000만 명이 월 소득 180달러(약 19만 원) 이하의 빈곤층에 속한다. 경제 컨설팅 업체인 마크로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웨퍼 수석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유권자들은 자신의 생활고가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그들은 정부에게 무언가 조처를 하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를 세계 5대 경제국으로 올라서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서방의 제재와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구조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베리스크마프레트로프트의 아라 맥도웰 애널리스트는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실질 임금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며 “향후 3년간 러시아의 성장 전망은 정체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체제 유지에 집중하고자 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