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04년만에 시금고 복수체제 전환...금융권, 유치경쟁 본격화

입력 2018-03-19 10:53 수정 2018-03-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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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104년 만에 시금고를 복수금고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금고를 독점 운영해온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의 복수금고 취지를 고려하면 2개로 쪼개진 금고 모두 우리은행이 차지하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이번 복수금고 전환을 기회삼아 금고 쟁취에 총력을 기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부터 단수금고를 1금고(일반·특별회계)와 2금고(기금)로 분리하는 복수금고로 전환한다. 서울시금고는 103년 동안 우리은행 1곳이 일반·특별회계와 기금 모두를 운영해왔다. 이를 1금고와 2금고로 나눠, 각 금고를 관리할 금융사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복수금고로 전환된 데엔 시금고 독점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104년 만의 복수금고 전환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은행 한 내부 관계자는 “손태승 행장이 현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본인 임기 때 103년 독점 운영이 깨진 것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32조 원 예산을 관리하는 서울시금고는 대형 시중은행장들의 명운을 건 다툼이 돼 왔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손태승 우리은행장한테도 서울시금고 수성은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이번에 복수금고로 전환되면서 최소한 2금고는 다른 금융기관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시가 104년 만에 복수금고로 전환한 취지를 생각하면 1금고와 2금고를 한 은행에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2금고는 다른 은행한테 가지 않겠냐”고 했다.

금융권은 일반·특별 회계를 관리하는 1금고는 우리은행이 차지하되, 기금을 관리하는 2금고는 국민 신한 하나은행 중 한 곳이 가져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100년 이상 운영한 노하우가 있는 만큼 서울시가 주금고를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2금고를 두고는 나머지 3대 시중은행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들 은행은 2014년 서울시금고 입찰에도 지원했었다. 특히 이번 입찰에선 2금고의 경우 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권(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도 지원하도록 길을 터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시금고를 관리할 새로운 금융기관은 내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4년간 금고를 관리하게 된다. 금고지기가 되면 서울시의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현금과 유가증권 출납과 보관 등 세금 관련 업무를 전담하면서 수수료 등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달 30일 참여 희망 금융기관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내달 25~30일 금융사들의 신청서를 받는다. 그 뒤 별도의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거쳐 5월에 금고를 관리할 2곳 금융사를 최종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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