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는 운반기계업체 수성과 이 회사의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상장폐지 사유로 충격에 빠졌다. 이 회사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게 된 것.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규정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6일 오후 6시경 수성에 감사의견 비적정(한정, 부적정, 의견거절)설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약 2시간 뒤 수성이 공시한 감사보고서는 실제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은 즉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거래소는 수성을 관리종목과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하고 주권매매거래를 중단했다.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종속기업을 통한 거래에 타당성이 없고 △특수관계인의 범위와 거래내역이 불확실하며 △법인 인감 관련 내부통제가 미비하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지난해 174억4400만 원의 법인세차감전순손실을 기록하고 유동부채가 421억9000만 원에 달하는 등 회사의 존속 여부에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감사보고서는 수성이 지난해 5월 코스닥 상장사 이디 주식을 취득했던 부분도 언급했다. 당시 수성은 이디 485만1792주를 231억3800만 원(주당 4769원)에 취득해 최대주주가 된 후로 약 78억 원 가량의 연대보증을 제공했다. 이후 이디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는데, 현재 수성은 보유 중인 이디 주식을 회계상 매각예정자산 86억6000만원(주당 1785원)으로 계상하고 있다.
이 같은 전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회사와 투자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일 이 회사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1%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의견거절 가능성이 진작부터 감지됐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성 관계자는 “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후 5시 50분쯤 회계법인의 메일을 받고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는 중이다. 인터넷 주식투자 게시판 등에는 “일을 어떻게 했길래 감사의견 거절을 받느냐”, “금요일(16일)에 상한가만 보고 들어왔는데 너무 두렵다”, “상한가 간 날 상장폐지라니, 가상화폐도 이렇게는 안 한다” 등의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부터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 정리매매 주식을 사겠다는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수성은 이튿날 홈페이지에 주주들에게 전하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김대진 대표는 “엄격한 회계기준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의견거절에 따라 주주님들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임직원 일동은 주주님들께 머리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또 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요청하고 거래소에도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19일 현재도 투자자들의 ‘멘붕’은 진행형이다. 더욱이 이날 오후 김태균 공동대표가 갑자기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도 주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김대진 대표와 이사진은 19일 안진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요청했지만,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를 해소하지 않은 채 재검토를 요구한 것이어서 결과는 미지수다.
회사로서도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다. 상장폐지 이의신청 기한(상장폐지 사유 발생일로부터 7거래일 이내)인 이달 27일 안으로 안진회계법인의 답변이 나오길 바라는 것이 전부다. 안진회계법인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재감사를 근거로 거래소에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낸 뒤 얼마간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곧장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