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종교계 번진 ‘미투’ 발원지는 ‘잠잠’

입력 2018-03-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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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9일 한국 사회는 깜짝 놀랐다.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8년간 끙끙 앓아온 피해 사실을 용감하게 털어놓는 순간이었다.

서 검사의 폭로는 수많은 범죄의 진실을 규명하는 검찰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여론은 크게 동요했고, 검찰은 혼란에 빠졌다. 서 검사가 성추행 문제를 자신의 인사특혜에 이용하려 한다는 글이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라왔다가 급히 삭제되기도 했다.(서 검사 측은 2차 피해 사례로 해당 글을 쓴 A 부장검사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즉각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꾸려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우리나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불씨가 됐다. 법조계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 정치권, 학계, 종교계까지 이어지며 위력이 거세지고 있다.

서 검사의 폭로가 있었던 후 한 달 반 동안 고은 시인,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씨, 배우 조재현·오달수 씨 등 유명인들이 성 추문으로 인해 지탄을 받았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민기 씨는 이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치권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추행 피의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차기 대권 주자였던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봉주 전 의원, 민병두 의원도 성 추문 논란에 휩싸였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 매체와의 법적 다툼을 시작했고, 민 의원의 경우 국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곳은 종교계다. 종교 지도자로서 가장 도덕적이야 할 신부, 목사들의 성폭력 의혹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7년의 침묵을 깨고 아프리카 선교 활동 시절 유력 사제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밝힌 한 천주교 신자의 고백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게다가 교인을 성추행한 개신교 목사가 교단에서 버젓이 설교를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신도들은 성직자의 치부를 들춰내는데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그저 같은 사람일 뿐인데, 이들을 ‘신의 사자’로 보는 잘못된 종교관이 정당한 비판 의식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의 미투 운동은 이제 시작이다.

다시 법조계 얘기로 돌아가 보자. 사회 전반을 강타한 미투 운동의 기폭제가 된 서 검사 사건은 50일이 지날 동안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처벌 수위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서 검사는 각종 루머에 시달리며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지시로 성추행조사단이 안 전 검사장에 대해 보완 수사를 한다고 치더라도 너무 시간이 걸린다. 안 전 검사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지도 보름이나 지났다. 서 검사 사건 은폐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당시 법부무 검찰국장) 조사도 서둘러야 한다.

서 검사 사건은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성 의식에 경종을 울렸다. 검찰은 서 검사 사건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미투 운동이 본질을 지키며 계속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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