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용 늘고, 직장인 월급이 줄어든다…근로시간 단축의 暗

입력 2018-03-20 09:25 수정 2018-03-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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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공단의 자동차 부품회사인 A사.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20여 개국에 자동차 부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A사는 지난해 중국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A사는 그나마 최근 사드 보복이 잦아들며 겨우 한숨을 돌렸으나 이번에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악재를 만나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일감은 다시 늘었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A사는 우려하고 있다

#B엔지니어링 업체 근로자 C씨. C씨가 다니는 B사는 근로자 300여 명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근로시간 단축안 통과를 대비해 인력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인력을 뽑기는 커녕 지금 일하고 있는 인력을 단속하기에도 버겁다. 당장 C씨도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현장직인 C씨의 경우 근로시간이 줄면 수당 역시 줄어 월급이 30만 원 이상 감소하기 때문이다.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 되는 대신 저녁에 쓸 수 있는 돈이 없어 진다는 ‘웃픈(웃음+슬픔)’ 현실이라고 C씨는 말한다.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두고 가뜩이나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견·중소·영세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 될 것이란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의 근로자들도 야근·연장 소득이 줄어 월급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주 52시간 초과 노동시간 만큼의 유효노동이 줄어들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최대 26만 여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용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들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중견·중소·영세 기업들은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시행된 뒤 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휴일 중복 가산(통상임금 200%) 효과를 빼고 연간 12조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비용 부담이 8조6000억 원으로, 전체의 약 70%에 이를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29인 영세 사업장에서 3조3000억 원, 30~299인 사업장에서 5조3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

이들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도 불가피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장근로 시간제한의 임금 및 고용에 대한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과 근로시간 감소에 따라 근로자의 월 임금은 평균 37만7000원(-1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액은 정규직(37만3000원, 10.5% 감소)보다 비정규직(40만4000원, 17.3% 감소)이 더 많았으며 비정규직 중에서도 용역(-22.1%), 한시적(-20.5%), 기간제(-16.5%) 근로자 순으로 월급 감소 폭이 컸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급여 감소 비율이 높았다. 300인 이상 기업 근로자의 경우 연장 근로시간 제한에 따라 월 급여는 7.9% 감소했으나 30~299인 기업과 5~29인 기업의 근로자 급여 감소율은 각각 12.3%, 12.6%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도 열악한 근로 환경에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결국 근로시간 단축이 강행되면 ‘비용 추가 부담’과 ‘인력 확충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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