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기본권 주체 ‘국민’→‘사람’ㆍ노동자 권리 강화

입력 2018-03-20 12:32 수정 2018-03-2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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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가치 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시…검사 영장청구권은 삭제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 비서관.(연합뉴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오른쪽은 김형연 법무 비서관.(연합뉴스)
청와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대통령 개헌안에 기본권 주체를 기존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노동자의 권리 강화와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 강화 등을 담은 주요 개정 내용을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보고에서 헌법이 국민의 뜻에 맞게 하루빨리 개정돼 국민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정치권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 개헌 필요성을 설명했다.

조 수석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헌법을 바꾼 지 벌써 30여 년이 흘렀다”며 “그동안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국민의 삶이 크게 바뀌었고 촛불 집회와 대통령탄핵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고 부연했다.

이어 조 수석은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국민과 약속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를 위해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 개헌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이번 대통령 개헌안 중 기본권과 국민주권 강화 관련 조항 개헌안에 대해 먼저 공개하고 다른 개헌안은 22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한 주요 개정안을 살펴보면 이번 개헌은 기본권을 확대해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고,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헌법 전문에 4ㆍ19혁명과 함께 부마항쟁과 5ㆍ18민주화운동, 6ㆍ10항쟁의 민주이념을 명시했다. 촛불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고 역사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기본권 개선과 관련해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예술의 자유’ 등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하여는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다만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또 선거권, 공무담임권, 참정권에 대해서는 규정형식을 변경해 법률에 따른 기본권 형성 범위를 축소해 해당 기본권의 보장을 강화했다. 즉 그동안 헌법에서 이들 기본권 형성을 백지위임 했었는데 이번 개정으로 한정적 위임이 이뤄지게 돼 국회의 입법 재량권이 축소하고 국민 기본권이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개정안은 노동자의 권리 강화와 공무원의 노동 3권을 강화하고자 먼저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했다. 또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와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했다. 특히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는 한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공무원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자 이번 개정안에 공무원에게도 원칙적으로 노동3권을 인정하면서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개선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 눈여겨 볼 점은 세월호 참사와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더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에 주목해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했다. 기존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노력의무 규정도 노력을 뺀 보호의무 규정으로 바꿔 헌법적 의무조항으로 명시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 신설은 직접민주제 대폭확대를 통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조 수석은 내다봤다.

이밖에 알권리와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의 예방ㆍ시정에 관한 국가의 노력의무를 신설했다. 또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 신설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이번 헌법개정안에 삭제되는 헌법조항은 검사의 영장청구권, 군인 등 이중배상금지 등이다. 특히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헌법에서 삭제했지만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개정 전까지는 그대로 유효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헌법 개헌과 관련해 조 수석은 “이번 개헌은 기본권과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민 중심 개헌이 돼야 한다”며 “기본권과 국민주권 강화와 관련된 조항들은 이미 국회에서도 대부분 동의한 바 있는 조항들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희망을 이루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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