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베어링자산운용 팔머 이머징·프런티어 주식팀 공동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이머징마켓 주식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신흥국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신흥국시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선진국 시장 대비 거의 50% 가까이 부진했다”며 그러나 작년 초부터는 선진국시장을 앞서며 25%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이머징이 보다 장기적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기간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낸 것에 그친 것인지”라며 “신흥국시장 기업이익 전망 추세와 전망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베어링자산운용에 따르면 신흥국시장 기업은 2017년 7월경부터 높은 주당순이익(EPS)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는 하락세를 보였던 지난 2012~2016년 컨세서스와 상반되는 움직임이다.
윌리엄 대표는 “기업이익이 확장 국면에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긍정적 서프라이즈의 요인은 기업의 영업 순이익과 세일즈 퍼포먼스 등 2가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파른 실질 임금 성장세로 이익이 줄어들던 시점에서도 기업들은 설비자동화 투자를 늘리고 가격 통제에 힘썼다”면서 “이같은 작업환경의 변화에 따른 반사수혜가 최근 드러난 것이며 향후 수년간 성과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향후 신흥국시장 기업들의 주가도 높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기업이익과 주가는 불가분의 관계다. 2016년까지 영업이익이 하락하던 시절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는 “향후 2년 동안 자금 유입 트렌드는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지금까지 이머징마켓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만 자금을 (신흥국시장으로) 돌렸지만, 앞으로는 보다 글로벌하게 투자하는 자금도 유입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현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긴축 정책과 함께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 중이다. 이머징시장의 경상수지가 나머지 국가 대비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또 신흥국들이 혁신적 수준의 구조개혁을 진행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정책 결정자들이 인프라 투자, 교육 부문의 구조개혁은 물론 금융시장의 자유도를 높이는 경제 개방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장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은 상태다. 가령 모건스탠리캐피탈 이머징마켓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작년 말 기준 선진국의 0.7배에도 못 미쳤다. 주가가 싸다는 얘기다.
윌리엄 대표는 “주가순자산을 비교했을 때 현재 신흥국시장은 30% 가까이 디스카운트 돼 있다”며 “일부 투자자가 큰 폭의 디스카운트는 이머징마켓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선진국 대비 낮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중국시장과 한국시장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의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신흥국시장 유망 종목 40~50개를 선별해 투자한다. 국가별로 분배하기보다 개별 종목의 성장성에 주목한다.
윌리엄 대표는 “중국시장에서는 소비재, 금융주, 정보통신(IT)업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시장에선 은행업을 좋게 보는데, 자산건전성 향상과 꾸준한 대출 증가, 순이자마진 개선, 비용관리 노력 등 때문”이라고 짚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주가 약세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이날 글로벌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베어링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6.03%다. 중국 알리바바 등과 함께 상위 5개 종목에 포함된다.
윌리엄 대표는 “최근 삼성전자 비중이 줄어든 것은 주가가 언더퍼폼했기 때문으로 투자 포지션을 줄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일본 투자자들이 메모리 및 반도체 가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장기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는 하고 있지 않다”며 “삼성전자는 마켓 리딩 포지션을 유지하고 계속 혁신을 거듭할 것으로 보기에 중장기적으로 전망이 밝은 기업에 대한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