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공정위 대기업 규제 근거 미약하다"…재검토 주장

입력 2018-03-21 06:07 수정 2018-03-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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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기업집단에만 적용하는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력집중 규제는 시장의 경쟁 제한 여부와 관계없이 대기업집단을 지정해 규제하는 사전규제 성격의 제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기업집단의 내수매출 집중도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비롯한 해외매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초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는 일부 대기업집단의 지배력 확장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1986년 도입됐다. 상위 10개 기업집단이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21.2%에서 1982년 30.2%로 상승했다는 것을 경제력집중억제규제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이후 일부 제도의 변화가 있었으나 대기업 집단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시각에는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경연이 상위 21개 대기업집단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13년 33.0%, 2014년 31.4%던 21개 대기업집단의 매출집중도는 2015년 29.6%, 2016년 28.3%로 하락했다.

상위 10대 그룹은 2013년 28.0%에서 2016년 24.3%로, 상위 4대 그룹은 같은 기간 19.7%에서 17.0%로 매출집중도가 떨어졌다.

이에 한경연은 "해외매출과 내수매출을 구분하지 않는 기존 매출집중도 계산 방식은 대기업집단의 내수시장 영향력을 과대 계상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매출을 제외하고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만을 별도로 구분해 계산하면, 21개 대기업집단의 '국내 매출집중도'는 2016년 기준 20.3%로 해외매출을 포함해 계산한 수치(28.3%)보다 8%포인트(p) 낮다는 것이다.

10대 그룹을 기준으로도 2016년 16.4%로 기존 매출비중 보다 7.9%p 낮고, 4대 그룹 기준 역시 17.0%에서 10.2%로 6.8%p 낮아진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미국, 일본, EU 등 주요 국가들은 담합, 독과점 등 시장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사후규제만을 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집단만을 대상으로 사전적인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으나 2002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점규제법을 개정,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실질적으로 폐지 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개방경제 하에서 경제력집중 규제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라며 "우리나라도 1인당 GDP가 2014년 3만3000불을 넘어선 만큼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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