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이기고 돌아온 당구여제 정보라, "3쿠션 세계 1위 도전"

입력 2018-03-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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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영록 기자 syr@)
(사진=송영록 기자 syr@)
“그동안 어디 있었냐고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죠.”

포켓볼과 3쿠션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당구여제 정보라(33)<사진>가 오랜만에 재기전을 가졌다. 지난 17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종합체육관에서 펼쳐진 ‘2018 대한당구연맹 전국선수권대회에서다.

3쿠션 결승에서 오수정 선수에 패했지만, 복귀전에서 준우승이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당구신동, 당구여제 등으로 불리던 정보라 선수는 최근 5년 동안 전국체전(부산시체육회 소속)을 제외하고 일반 대회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간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최근 수년 동안은 정보라 선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정 선수가 당구에 입문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아버지 정호윤 씨가 당뇨합병증으로 1년 동안 고생하다 2016년 10월 돌아가셨다. 병원비 등을 내며 생활하기에 당구만으로는 힘겨웠다. 그해 11월에는 제주도로 건너가 여행사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5개월 만에 모든 걸 접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폐암 투병을 시작하면서 함께 병실 생활을 하게 된 것.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려고 했는데 폐암이라는 진단이 나온 거죠. 1년을 못사신다고 하더군요.” 결국 작년 9월 29일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외동딸인 정 선수는 2년 새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세상에 혼자가 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습니다.”

6개월 넘게 방황하던 정보라 선수는 포천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큐를 잡았다. “생각지 못했는데, 준우승이란 성적을 냈습니다. 당구를 다시 치라는 하늘의 뜻인 것 같아요.” 그는 “당구를 계속 해야 할지 고민할 때는 항상 성적이 잘 나왔다”며 “다시 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 선수는 그동안 당구에 전념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생계를 함께 걱정해야 한 탓이다. 2006년 미국 유학길에도 올랐지만, 연습하는 틈틈이 생계를 위해 식당과 슈퍼마켓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고된 일정으로 몸이 지쳐갔지만 2007년 미국더비시티클래식 여자부분 MVP를 거머쥐었다. 아버지가 병상에 계시던 2016년에는 전국체전에 참가해 복식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정 선수는 최근 홍대 근처 골드투어클럽 여행사 실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지인이 도움을 준 덕분이다. 그래도 정 선수의 목표는 다시 당구다.

“우리나라 여자선수 최초로 3쿠션 세계 1위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실력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강한 정신력을 갖춘 정보라 선수. 업그레이드된 정신력과 실력으로 세계 3쿠션 계를 누비는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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