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탈의실에서 남성 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전재홍 영화감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정은영 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재홍 감독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법원은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앞서 전재홍 감독은 2016년 8월 사흘에 걸쳐 서울의 한 찜질방 탈의실에서 남성들의 나체 동영상 10여 개를 찍은 혐의로 그 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전재홍 감독은 그간 법정에서 성적 욕망을 위한 촬영이 아니었다며 "휴대전화 도난을 막기 위해 카메라를 작동시켜 가방에 넣어 들고 다녔는데, 이 상태에서 (영상이) 찍혔고, 영상은 곧바로 삭제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판사는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촬영이었다"라며 "촬영한 부위가 성기와 얼굴이 포함된 전신이며 내용과 정도가 심해 피해자 입장에서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법이 보호하는 법익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라면서 "촬영자의 동기나 목적이 범죄 성립 여부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재홍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수제자다. 2008년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아름답다'를 통해 데뷔한 전재홍 감독은 이후 영화 '풍산개', '원스텝' 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