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바이로메드는 손익구조 30% 변동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전년보다 241.9% 증가한 68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32억 원으로 53.9%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63억 원으로 786.5% 늘었다.
이 회사의 손실이 대폭 늘어난 것은 회계기준 변경이 배경이다. 그동안 기술연구개발비가 무형자산으로 인정돼 왔으나, 금융감독당국이 이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규모 손실로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바이로메드는 2월 무형자산화시켰던 기존의 임상단계 R&D 비용을 임상 3상 이상부터 적용키로 내부회계 정책을 변경했다.
또 바이오 기업 아미코젠 역시 내부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36억 원의 당기순손실로 지난해 실적이 적자 전환됐다. 이 밖에 제넥신 등 다수의 바이오 연구기업들이 같은 처지에 놓이면서 실적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비단 바이오 기업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R&D 비중이 높은 IT 기업들도 같은 처지다. 기가레인의 경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제시하는 인식 요건을 객관적으로 충족하지 못하는 비용들이 당기순손실로 잡혔다. 이 회사의 R&D 비용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체 무형자산 228억 원의 53.5%를 차지한다. 결국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64억 원은 60억 원으로 정정됐다.
이런 문제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상장기업들의 개발비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재점검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간 관례로 통과됐던 ‘연구개발비 무형자산 인식요건 충족’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면서 다수의 연구개발 기업들의 연간 회계실적에 적잖은 변동이 생긴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2017년 결산 공시 기업들을 점검하고, 위반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대한 테마감리에 착수했다. 한 상장업계 관계자는 “회계정책 변경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곳은 기술중심의 연구개발 수요가 많은 제약·바이오·IT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바이로메드의 경우 전날 3.26% 오른 24만60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아미코젠 역시 최근 10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하면서 이날 장중 7만 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작 이익은 줄어들었지만 실제 영업에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라는 점과 그동안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던 개발비 자산화의 리스크가 해결된 것이 오히려 기업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호재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