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토지공개념 여파...보유제한ㆍ세금 부담 불가피할 듯

입력 2018-03-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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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토지ㆍ주택 억제 정책 예고

앞으로 한국 경제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청와대가 추진 중인 헌법 개헌안의 골격을 들여다보면 이런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경제 민주화 실현을 통해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있어서 그렇다.

특히 토지공개념 관련 사안을 헌법에 명시한 것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소유제한ㆍ세금 강화 등과 같은 강력한 부동산 후속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논의와 국민 합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지만 청와대 의지대로 통과된다면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위축이 불가피하다. 정부 시각이 부양보다 규제와 분배 쪽에 무게추가 실려 있어 어쩌면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 될지 모른다. 최근 몇 년간 향유했던 따뜻한 봄날의 기운은 싹 가시고 냉기 가득한 겨울을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토지공개념 강화 배경과 취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수정권이 마련한 부동산 정책의 틀이 확 바뀔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전 정부가 한꺼번에 많은 규제를 풀어주는 바람에 전국 땅값·집값이 급등해 많은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땅값은 박근혜 정부가 규제 완화를 시작했던 2014년에 전년보다 두 배가 넘는 2.7% 올랐다. 이어 15년 2.7%,16년 3%,17년 4.3%로 매년 오름폭이 커졌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전국 전체 평균 주택 가격은 14년 1.7%에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던 15년에는 3.5%로 급등했다. 다음 해부터는 오름폭이 좀 둔화됐으나 여전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더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상한제 폐지 해에는 무려 6.7%나 폭등했고 16년에는 상승률이 3.3%로 다소 주춤하다가 지난해 4.7%로 다시 치솟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친 강력한 억제책에도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로서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물론 토지공개념에 대한 얘기는 현 정부 초기부터 흘러나왔다.

자꾸 심화되는 자산 양극화는 사회 균형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직적이 강해서다. 이와 관련, 지난해 추미애 여당 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땅값· 집값 상승 혜택이 소수 부자에게 돌아가고 대다수 서민은 늘어나는 임대료에 허덕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2년 기준 상위 인구 1%가 전체 토지 55.2%를 차지고 하고 상위 10%대 기준으로 하면 93.8%를 소유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사실 사회 일각에서는 소득의 불균형은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으나 자꾸 심화되는 자산 양극화를 그대로 뒀다가는 금수저· 흙수저로 불리는 신분 불평등이 고착돼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수뇌부에서는 소수 특정 집단이 독식하고 있는 부동산 보유 문제를 초법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지 않았나 싶다.

아예 관련 내용을 헌법에다 명시함으로써 나중 하위법의 위헌 소지를 없애겠다는 복안인 듯하다. 이는 강력하게 자산 불균형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어떤 내용인가: 말 그대로 사적 개념보다 공적인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겠다는 뜻이다. 토지공개념은 진보 정권의 상징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거론됐던 제도다. 강남 개발 이후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1978년 8.8대책으로 토지공개념 위원회 구성과 함께 토지 사유 개념을 시정하는 토지정책 입안을 추진했으나 정변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88올림픽이 끝나고 투기 광풍이 몰아쳤던 1989년 노태우 정부는 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제 등과 같은 토지공개념 3법을 본격 제정했다. 하지만 이도 토초세는 미실현 이익 과세라는 명목으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고 택지 상한제는 위헌 판결로 사문화돼 현재 개발이익 환수제만 살아남아있다.

노무현 정부는 토지공개념 실현 일환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도입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대폭 완화 또는 시행 유예로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해 문재인 정부는 헌법에다 공개념 관련 규정을 명시해 나중 다툼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라는 내용만 담겨있어도 나중 개별법으로 공개념의 의지를 충분히 반영할 있다는 입장인 듯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경제 민주화 추진 동력이 잘 가동될 있도록 사전에 걸림돌을 제거해 놓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강력한 부동산 소유 제한을 비롯해 각종 세금 부과 근거가 명확해진다. 기존 공개념 3법과같이 위헌 판결을 받아 무용지물이 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소리다.

◇예상되는 정책: 현재로서는 정부가 무슨 제도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시장 상황이나 그동안의 정치 논리 등을 고려할 때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서울 인기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지방 등은 공급 과잉으로 이미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어 되레 부양책을 내놓아야 할 판이다.

지금 보유 억제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운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보유세를 높이는 식으로 소유 제한 기능을 작동시킬 여지는 다분하다. 어차피 다른 선진국에 비해 보유세 비중이 낮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어 세수 확대와 함께 소유 억제까지 일거 양득의 효과를 얻으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임대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 임대차 관련 제도를 손볼지 모른다. 이미 소개됐던 임차인 계약 갱신청구권제 도입과 임대차 계약기간을 현재 2년에서 3~4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상가 임대차 보호법 강화 문제는 현 정부의 당면 과제 중의 하나다. 지역 상권 내몰림 현상인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 문제로 떠올라 어떤 방법으로 든 이를 규제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테면 5년인 임대차 기간을 더 연장하는 방안이 거론될 수 있다. 이 문제는 헌법 개정안에 소상공인 보호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있어 어떤 방법으로든 빨리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매매는 물론 전세시장 등이 불안해지면 주택 보유 상한제 같은 특단의 조치를 내 놓을 수 있다.

소유 편중화가 심한 토지 문제는 더욱 해결이 시급하다. 여러 세목을 연구해 땅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매기든지 아니면 개발이나 매각을 종용하는 대책이 마련될 수 있다.

토지는 별다른 생산 활동 없이 보유만으로 큰 이득을 얻는다는 비판 대상이어서 이를 제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또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수도에 대한 얘기다. 이는 서울과 세종시로 양분화돼 있는 행정기능을 통합하겠다는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서울에 있는 청와대·국회·사법부 등을 옮겨 세종시를 완전 행정수도 기능을 갖추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입지는 지금보다 확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제 수도로 크게 발전이 될 경우 구직자 등에 따른 인구 증가로 활력을 유지하겠지만 뚜렷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서울도 쇠퇴 도시로 전락할지 모른다.

이는 서울 부동산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강남권 아파트 등에 투자하려는 수도권·지방 수요가 풍성해 서울 주택시장은 별로 위축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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