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한국GM, 노사관행부터 고쳐야

입력 2018-03-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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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GM의 자회사인 한국GM의 구조조정이 어려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구조조정 문제는 과거에 의해 현재의 상황이 만들어지는 경로(經路)의존성이 크다. 두 GM사의 사정이 지금과 반대였던 2009년 상황을 생각해본다.

2008년 도요타가 추월하기까지 GM은 설립된 지 백년이 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로, 900만 대의 차를 34개국에서 생산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23만 명, 미국 내에서만 9만 명이 넘는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다. 그런 GM이 2009년 6월에 파산하며 거대 파충류 공룡의 멸종을 연상시켰다. 정부가 인수하여 회생시키기로 하고 이루어진 절차였지만 파산이었다.

GM은 자산가치의 2배 이상인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신청한 후 대폭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미국 내 공장 13곳을 폐쇄하고 인력을 2만 명 이상 줄이며 자산과 부채를 대폭 감축한다. 그 후 미국정부가 신주 매입을 통해 최대 주주가 되었으나, 구조조정으로 가치를 회복한 GM의 주식을 전액 분할 처분하여 2013년 말 개입을 끝낸다.

GM의 추락은 제품의 경쟁력 상실이 근본적 원인이다. 과거 50%이던 미국 시장점유율은 1980년대 이후 수입차에 밀려 2000년대 말에는 25%를 하회했다.

결정적 요인은 1950년대 전성기에 노조와 맺은 퇴직 근로자들에 대한 연금과 건강보험 등 복지후생 제공계약에 따른 막대한 고정비용이었다.

우리나라와 같은 공적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의료비와 의료보험이 비싼데, 그 비용이 2009년 당시 판매되는 차 한 대당 1400달러에 달했다. 새로 미국에 진출한 일본 유럽 경쟁사들은 이런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경쟁사들의 동종 차에 비해 GM차는 그만큼 가격이 높아야 했다.

물론 많이 팔리는 차를 계속 생산하면 고정비가 문제될 게 없으나 그것은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2007년 시작된 미국의 경기 악화와 고유가는 중·대형차 중심의 GM에 치명상을 입혔다. GM은 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최대 해외시장인 유럽의 핵심 자회사들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한국GM 매각은 언급되지 않았다. 2대 주주 산은과의 계약으로 인한 제약도 있었지만 2007년 소형차 중심의 한국GM은 성과가 매우 양호했기 때문이다. 2003년 대우자동차의 일부 공장만 인수한 한국GM은 40만 대 미만의 판매를 기록하며 출발했으나 2007년에는 수출 급증에 힘입어 100만 대 가까운 차를 팔았다.

본사가 어려움을 겪던 2009년 한국GM도 자금난으로 산은에서 차입을 했으나 호황으로 2년 후 1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다 갚는다. 그 후 10여 년에 걸쳐 1.5만 명이 넘는 회사 근로자와 더 많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고 매년 40만 대가 넘는 차를 수출했다.

노조는 회사의 선전(善戰)을 용트림하는 기회로 삼았다. 2011년 파업 등으로 임단협을 강하게 밀어붙여 요구를 관철한 후, 드디어 옛 대우차 시절의 강성노조 명성을 회복했다는 지도부의 자화자찬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몸집을 줄인 후 전기차, 무인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GM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좋다. 경쟁사 포드나 현대차 주가가 2013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것에 비해 GM주가는 오히려 상승하거나 안정세이다.

한국GM은 기술력과 신뢰도를 높여 GM의 새 길을 같이 갈 수 있는 동반자임을 보여주는 것이 근본적 해결 방안이다. 정부가 노조 편이라는 생각에서 상황을 잘못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일터인 기업이 문 닫으면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다.

극단적 처방인 국유화는 노동계에서도 현실적 대안이 아님을 인정하고 있다. 한 해 임금 동결이 아니라 인건비의 수준과 구조, 임단협 적용기간 장기화 등 성과가 좋은 국내 경쟁사를 기준선으로 삼아 다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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