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안도감에 환호했다. 그러나 양국의 갈등 완화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불똥이 튈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연간 3750억 달러(약 404조8125억 원)에 달하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축소하고자 한국과 대만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는 대신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중단하고자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그간 시장에 감돌았던 긴장감이 다소 완화한 가운데 FT의 보도가 더욱 훈풍을 불어넣았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이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을 안건으로 협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중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지난주 부진에서 벗어나 크게 반등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4% 오른 2만4202.60을 기록했다. S&P500지수가 2.72%, 나스닥지수가 3.26% 각각 급등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주가 반등을 주도했다. 퀄컴 주가는 4.60% 상승한 56.13달러를 기록했고, 인텔은 6.32% 뛴 52.4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므누신 재무장관과 류 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는 지난주부터 서신을 교환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반도체를 더 구매하겠다는 제안 외에도 금융과 서비스 시장의 개방폭을 확대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수입차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중국은 증권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 소유 한도를 49%에서 51%로 확대하는 시기를 오는 6월 30일에서 5월로 앞당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FBN증권의 제레미 클레인 수석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무역전쟁이 양 국가에 이익이 아니어서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는 과시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볼 수석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고율 관세 부과가 강경한 정책 노선이라기보다는 협상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며 “무역 관세는 세계 경제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G2 관계가 V자 회복을 그린다고 해도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이 제안한 반도체 수입 확대안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분명치 않다. FT는 중국의 제안은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과 한국, 대만의 관계를 금이 가게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한국과 대만의 대중국 무역흑자를 가로채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