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교에 영원한 친구는 없다

입력 2018-03-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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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국제경제부 기자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주 훌륭한 내 친구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우리가 미국을 상대로 이렇게 오랫동안 이익을 봐왔다니, 믿을 수 없는걸’이라는 미소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날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관세 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언급하며 꺼낸 이야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날린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에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미국은 23일부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효하며 일부 국가들에 대한 유예를 발표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양의 철강을 미국에 수출해 큰 피해를 볼 것이라 예상됐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유예 조치를 얻어 내지 못한 일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번 관세 조치는 수입 철강·알루미늄이 미국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근거로 관세 예외를 기대해 왔다.

지난해 11월 방일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우정에 감사하고 있다”면서 “아베는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2박 3일 일정에서 장시간 골프라운딩에 나서고 4차례나 식사하며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그런데도 미국이 일본을 유예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무역협상을 진행 중인 캐나다와 멕시코, 한국과 달리 일본으로부터 얻어 낼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관세를 무기로 일본이 꺼리는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개시 등 양보를 얻어 내려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 “적절한 시기에 일본과 FTA 협정 교섭을 시작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에 의존한 아베 정부가 방심했다”고 지적한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접하느라 골프장 벙커에 나뒹구는 굴욕까지 견뎌냈지만, 오랜 격언 한마디를 잊은 듯하다.

“외교에 영원한 친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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