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공무원도 파업을 할 수 있게 한다?

입력 2018-03-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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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명예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즉 공무원들에게 시위, 태업,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헌법개정안에 이 부분에 대한 보다 적극적 입장이 반영되면서 환영과 걱정의 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규범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 공무원도 노동자인 만큼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다 누려야 한다거나, 오히려 그 반대로 공무원은 곧 국가인데 국가가 어떻게 시위와 파업을 할 수 있느냐 따위의 이야기들 말이다. 대신 실질적인 사안 한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세상의 모든 권리가 그러하듯이 기업 노동자나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역시 이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이 있기 마련이다. 즉 시위, 태업, 파업 등을 끝없이 하지 않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이다. 먼저 기업 노동자의 경우 가장 큰 것 중의 하나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통제이다. 일례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과도하게 오르면 이들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기업은 무너지고 노동자들 또한 일자리를 잃게 된다. 단체행동을 하더라도 스스로 일정 수준에서 멈추게 된다는 말이다.

비정상적인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국가가 계속 공적자금 등을 집어넣는 경우 시장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는다.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청업체에 부담을 계속 전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당해 기업 자체에 부담이 되지 않으니 단체행동은 상대적으로 거세진다.

하지만 기업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은 결국 시장 메커니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적자금을 넣는 것도 한계가 있고, 하청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 노동자들과 달리 공무원들은 대체로 독점성이 강한 일을 한다. 대체재도 없고, 수요탄력성도 떨어진다.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에 다시 ‘대리인 문제’가 존재한다. 노사협상에 나가는 주체가 선출직 공직자이거나 이들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로, 공무원들의 요구를 제어하겠다는 의지가 민간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게다가 공직의 특성상 실적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약하다. 또 공무원들은 직업을 보장받고 있다. 국민이든 대리인이든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가 그만큼 힘이 든다는 말이다. 특히 대리인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당히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강력한 제어 메커니즘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여론이다. 여론은 때로 시장 메커니즘보다 훨씬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 시절 비행관제사들이 파업했을 때, 이들을 몰아붙인 것은 여론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 여론을 바탕으로 이들을 대량해고했다. 하지만 이 또한 가변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없지 않다.

모든 권리는 무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많은 경우 통제와 제어의 메커니즘이 존재할 때 그 권리는 오히려 더 오래 보장된다. 남용과 과용에 따른 부작용이 줄어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 공무원의 노동 3권에 대한 헌법규정을 강화하는 쪽이나, 이를 환영하는 쪽 모두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취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제어 메커니즘에 대한 고민 또한 같이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수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교원들만 해도 그렇다. 교사평가는 거부하고, 학부모들이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제를 확립하지도 않고, 또 일반 국민의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시ㆍ도지사 등의 간여도 거부한 채, 노동 3권을 모두 누리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교사 간의 자율규제 시스템에서부터 교육자치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에 이르기까지의 수많은 사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고민을 한 뒤 이러한 개헌안을 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제어 메커니즘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이 권리는 쉽게 부여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헌법규정을 강화하고, 또 이를 환영하는 만큼 바르게 고민하는 모습 또한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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