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기업도 이젠 ‘건강경영’을

입력 2018-03-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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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 사이에 ‘건강경영’ 바람이 거세다. 전략적으로 종업원의 건강 유지·증진 및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경영기법이다. 2009년 무렵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건강경영’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한 배경은 업무방식 개혁과 의료비 절감을 위해서였다.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장기 경기침체로 인한 대대적 인건비 절감으로 종업원들에게 과도한 업무나 장시간 잔업을 요구하는 ‘블랙기업’이 늘어나고, 노동환경 악화는 종업원의 자살, 과로사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되었다. 직장건강보험조합의 적자 규모도 크게 늘어 적자 보전을 위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업무방식 개선과 의료비 절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 정부도 ‘건강경영’ 확산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서 경제산업성과 도쿄증권거래소는 2014년 ‘건강경영 우량종목’과 ‘건강경영 우량기업 인정제도’를 만들어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16년에는 건강경영 도입 대기업 수를 500개사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건강경영 우량 법인 화이트500’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2회째인 ‘건강경영 우량 법인 2018’에 벌써 목표를 달성했을 정도로 기업들의 호응도 높다.

‘건강경영 우량 기업 인정제도’는 중소기업 법인 부문과 대규모 법인(화이트500) 부문으로 나뉘어 실시되는데 올해는 대규모 법인 부문 541개사, 중소기업 법인 부문 776개사가 인정을 받았다. 지난해 화이트500 인정 기업은 235개사, 중소기업이 595개 법인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업들의 참여가 대폭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건강경영 우량종목’은 경제산업성과 도쿄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중 뛰어난 건강경영 시책을 펼치는 기업을 선정, 투자가들에게 매력적 투자 대상으로 소개하는 제도다. 올해는 스미토모린교(건설업), 와코르(섬유), 린나이(금속제품), ANA(항공) 등 26개 기업이 선정되었는데 우리에게 낯익은 기업들이 많다.

기업은 종업원들의 건강 유지·증진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의료비 절감을 꾀하면서 잠재적 인력인 대학생과 구직자들에게 자신들의 건강 배려를 보여줌으로써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건강경영 우량 종목’으로 선정돼 주가가 상승한 기업도 있으며, 인증 기업에 저리 융자 우대 조치를 제공하는 은행 신용금고도 늘고 있다. 지자체들도 인증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건강경영 열풍은 지속할 전망이다. 일본의 조사기관에 따르면 건강경영 시장은 2020년 1조6700억 엔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 의료보험이 없어 의료비 부담이 큰 미국은 이미 1990년대에 건강경영이 도입되었다. 심리학자 로버트 H. 로젠은 1992년 출간한 저서 ‘The Healthy Company(건강한 회사)’에서 “종업원의 건강 촉진은 투자”라고 주장해 건강경영 도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최근 아마존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 체이스와 손잡고 종업원들에게 저렴하고 질 높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애플이 임직원과 그 가족들을 위한 의료시설을 개설키로 한 것도 건강경영의 일환이다.

건강경영은 우리 기업에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단순한 복리후생으로서의 건강 증진이 아니라 업무방식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절한 건강경영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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