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중독’ 질병 분류 움직임…게임업계 “수출 의존도 높아 타격” 반발

입력 2018-03-28 11:13 수정 2018-03-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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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8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WHO는 5월로 예정된 국제질병분류기호(ICD-11) 개정에서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ICD에 게임장애가 포함되면 국내에서도 내년부터 게임중독이 공식 질환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WHO에서 ICD가 개정되면 정부도 이에 맞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건복지부가 게임장애를 질병 코드로 분류하는 작업 준비를 완료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인정받을 경우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추후 각종 후속 정책이나 규제로 게임산업 규모 자체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이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핵심’ 수출 장르로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7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32억7735만 달러(3조9607억 원)에 이른다. 또 ‘2018년 콘텐츠 산업전망’을 보면 지난해 장르별 수출액 비중에서 게임은 55.8%로 전체 수출 콘텐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ICD-11 게임질병 코드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을 하는 행위로 장애가 생긴다면 사회적으로 막대한 치료 비용이 들어 재정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더 우려되는 것은 기존 종사자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업계를 꺼리게 돼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패널들도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강경석 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은 “게임 과몰입은 주로 학업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뿐인데 게임 자체를 질병으로 보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공개된 WHO의 진단 기준이 아직까지 모호하다는 측면에서 학술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은 수명이 길어야 2~3년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중독 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ICD에서는 그저 게임을 많이 해서 일상생활에 방해가 된다는 측면을 중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대한민국게임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의학적·논리적 근거가 약한데도 질병화가 추진되는 것은 게임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부정적이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 국회에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동 융합연구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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