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H&M은 2018 회계연도 1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 미판매 재고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43억 달러(약 4조586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온라인 활성화로 패션 트렌드가 숨 가쁘게 변하고 있어 의류산업은 조금이라도 재고가 발생하면 절대 좋지 않다. H&M은 막대한 재고로 치열한 경쟁에서 적응하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H&M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감소해 재고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징후를 보였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작은 여성복 매장에서 출발해 현재 전 세계에서 4700개 매장을 거느린 H&M의 성장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1분기 매출도 전년보다 1% 감소한 65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2% 급감했다.
고객이 혼잡한 상점을 피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게 되고 더욱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패스트패션 업계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H&M이 온라인을 실적 부진 핑계로 삼을 수는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H&M은 지난 1분기 온라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재고 관리, 소비자의 취향에 못 미치는 제품 제공 등으로 충성도가 높았던 고객들이 이탈하는 것이 H&M 위기의 근본 이유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공습이라는 같은 상황에 부닥친 인디텍스가 오히려 견실한 실적을 보인 것도 H&M의 위기가 온라인에서만 비롯되지는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인디텍스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41% 급증했으며 그룹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도 10%에 달했다. 이에 인디텍스 전체 매출은 9% 늘어났다.
칼 요한 페르손 H&M 최고경영자(CEO)는 “패션 소매 부문의 급속한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의 시작은 특히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H&M은 재고 소진을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H&M 웹사이트에는 70%까지 가격을 깎은 품목들이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H&M이 대형 할인만으로는 위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리서치업체 럭셔리인스티튜트의 밀턴 페드라자 CEO는 “젊은이들은 싸구려 대신 잘 만들어진 옷을 사는 데 관심이 있다”며 “그들은 양보다 질을 중시한다. 그들은 좀 더 클래식하면서 품질 좋은 옷을 찾으며 이는 H&M이 전달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