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에 무산된 유진기업 공구마트 출점

입력 2018-03-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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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사업조정심의회 “개점 3년 연기” 권고…유진측 금천점 출점 무산 처지에 “예상 못한 결과…대응 논의”

▲한국산업용재협회가 28일 오전 정부대전청사 남문 광장에서 대기업인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철물류 도소매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총 궐기대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산업용재협회
▲한국산업용재협회가 28일 오전 정부대전청사 남문 광장에서 대기업인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철물류 도소매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총 궐기대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산업용재협회
정부가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난을 받아 온 유진기업의 산업용재·건자재 마트 출점에 제동을 걸면서 ‘소상공인 상권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양새다. 유진기업은 지역 일자리 창출과 중소 제조업 판로 개척에 기여하겠다며 출점의 정당성을 설득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유진기업 산업용재 시장 진출을 심의하는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유진기업에 산업용재 마트 개장을 3년 미루라고 권고했다.

산업용재협회 관계자는 “이번 유진기업 진출 저지로 지역 골목상권을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도 막을 수 있는 시범 사례가 생겼다”고 밝혔다.

중기부의 권고에 따라 올해 상반기 서울 금천구에 개점을 준비 중이던 유진기업의 산업용재 마트 ‘에이스 홈센터’는 개점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게 됐다. 금천점 개점을 앞두고 물품을 사들이고 판매원 70여 명 등을 고용한 유진기업은 전체 계획을 무산시켜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에이스 홈센터는 유진그룹이 미국의 대형 건자재 업체인 에이스하드웨어와 손잡고 준비한 신사업이다. 당초 유진기업은 금천점을 시작으로 전국 20여 개 산업용재·건자재 전문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었다.

유진기업은 체인점 출점 등을 통해 최대 5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 물건을 납품할 325개 중소기업들도 연간 70억~100억 원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판로 개척 및 간접고용 효과를 내세웠다. 또 문제가 된 시흥유통상가와도 직선거리로 2.6㎞나 떨어져 있어 상가 영업을 방해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산업용재협회 측은 이에 대응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집단 행동에 나서며 ‘폐업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맞섰다. 협회 측은 성명서를 통해 “대기업의 공구를 비롯한 산업용품, 건자재, 철물류 도소매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면 기존의 골목상권은 매출 감소에 따른 폐업을 맞을 것”이라면서 “전국의 300만 종사자 및 가족의 생존권이 빼앗길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중기부 사업 개시 연기 결정에 따라 소상공인이 승기를 잡게 됐다. 사업유예 권고는 앞으로도 3년 더 연장될 수 있어 유진기업은 최대 6년간 산업용재 마트 영업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조정안은 권고사항이긴 하지만 유진기업이 심의회 최종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따라 벌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유진기업이 중기부의 결정을 수용할지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병우 유진기업 상무는 “전혀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와 어떻게 대응할지 내부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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