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CIO 후보 6인 압축…기금운용 독립성 확보 ‘의문’

입력 2018-03-29 10:53 수정 2018-03-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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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 후보가 서류심사를 거쳐 6~8인으로 압축됐다.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대거 불참·탈락하고 운용 경력에 문제가 있는 후보가 급부상하면서 기금운용 독립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2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서류전형 통과자 6~8인을 대상으로 다음달 3일 면접을 진행한다. 5일 접수 마감한 기금운용본부장 공개모집에는 16명이 지원했다.

면접 대상인 쇼트리스트에는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 고문, △이정철 전 하이자산운용 대표 △이기홍 전 한국투자공사(KIC) 전무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김도수 전 교보생명 투자사업본부장 등이 선정됐다.

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 정재호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부문장, 강신우 KIC 투자운용본부장 등 상당 규모 이상 자금을 굴리는 현직에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던 일부 서류제출자가 예상외로 숏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공모 불참과 탈락은 물론 후보에 오른 인물의 면면이 기금운용본부 독립성 확보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는 곽태선 전 대표는 KIC 기금운용위원으로 일하던 시절 메릴린치증권 투자를 승인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KIC의 메릴린치 투자는 2008년 1월 이명박 정권 인수위원회 당시 KIC가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메릴린치에 투자해 큰 손해를 본 사건이다. KIC 당시 운용자산 중 10%가 넘는 대규모 투자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받으며 매년 국감에서 논란이 돼 왔다.

곽 전 대표는 2008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KIC 기금운용위원과 투자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08년 2월 메릴린치에 대한 첫 투자가 1년 만에 10분의1 토막이 났음에도 2011년 메릴린치에서 받은 배당금의 절반 이상을 재투자하는 의사결정에 개입했다.

2001년부터 국민연금에서 운용전략실장, 대체투자실장 등을 역임한 윤영목 고문과 이정철 전 하이자산운용 대표, 이기홍 전 KIC 전무 등도 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에는 개성이 약한 인물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윤 고문 등 일부 후보의 연고지가 김성주 이사장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전주로 같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적된다.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 전주 2청사에 이어 제2사옥 건립 계획까지 발표하며 연금의 지역색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기금운용본부장마저 견제와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후보들이라는 것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유력한 후보들의 불참과 탈락 등의 상황을 보면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원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이 어떤 성격인지 드러난다”며 “독립적이고 개성이 강한 운용보다는 김성주 이사장의 뜻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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