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와 땅콩, 과일과 와인 등 128개 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국 재무부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성명서에서 중국 관세세칙위원회는 국무원의 승인을 얻어 이 같은 사항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서는 “미국의 철강 관세가 중국의 국익에 상당한 손실을 입힌다”면서 “128종류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중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미국의 추가 관세로 인한 손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2일부터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미국산 돼지고기와 알루미늄 스크랩을 포함한 8개 품목에 대해서는 25% 관세가 적용되며 아몬드, 피스타치오와 같은 견과류와 와인, 과일, 압연 강봉 등 120개 품목에 대해서는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지난해 미국이 140억 달러어치(약 14조8680억 원)를 수출한 대두 등 대중 주요 수출품은 제외됐다.
이는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이 발표한 보복관세 물품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중국 재무부는 지난달 23일 과일과 말린 과일, 견과류, 돈육 등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0억 달러 상당의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FT는 이번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3월 초 발표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이라면서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관세에 대해서도 새로운 보복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전자기기와 의류 등 소비재를 포함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미 수출에서 흑자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 행정부와의 무역 갈등이 확산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잃을 것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의 일부 유력 논평가들은 미국의 차기 관세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당국에 촉구했다.
미국산 대두에 대한 관세 조치는 향후 중국이 쓸 수 있는 강력한 카드다. 만약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농민에게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흔들 수 있다. 이들 대다수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FT는 중국 당국이 무역 전쟁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미국 측에 합류하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기반 연구그룹인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로버는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어떤 경쟁자와도 상업적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려는 서구권 국가들의 노력은 더 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